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4선에 성공한 이후 치르는 첫 코리아컵 결승전이 12월 6일 오후 1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더블(리그+코리아컵 우승)’에 도전하는 전북 현대와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하는 광주 FC의 맞대결이다. 어떤 팀이 우승컵을 거머쥐던 새로운 이야기가 쓰인다.
그런데 전북과 광주의 맞대결 못지않게 축구계 관심이 쏠리는 곳이 있다. 코리아컵 결승전 심판진이다.
심판을 향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부터 올해 최대 이슈가 되어버린 ‘인종차별 논란’을 바라보는 데는 두 가지 시선이 있었다.
첫째는 전북의 시선이다. 마우리시오 타리코 코치(등록명 타노스)는 11월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전에서 인종차별 행위를 하지 않았다. 두 눈에 양 검지를 대는 동작을 취한 건 ‘판정을 제대로 해달라’는 의미였을 뿐이다.
두 번째는 피해자 중심주의다. 인종차별 논란이 발생한 뒤 K리그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느냔 것이었다.
전북을 제외한 축구계 종사자 가운데선 타노스 코치의 행위를 인종차별로 보는 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았다. 축구계 외부 여론과 확연히 다른 시선이었다.
그들이 공통으로 내세운 논리가 있다.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선 피해자의 경험, 권리가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타노스 코치의 팔의 각도, ‘눈을 똑바로 뜨라’는 흔한 제스처를 예로 들며 타노스 코치의 당시 동작과 차이를 지적한 축구계 종사자도 여럿 있었다.
상벌위는 후자의 손을 들어줬다. 타노스 코치의 행위를 ‘인종차별 행위’로 결론지었다.
연맹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전북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김우성 심판은 12월 2일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타노스 코치의 행위가 인종차별 행위였음을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짚었다.
김우성 심판은 KFA 심판 규정 제20조 ‘심판의 의무’ 제4항을 위반했다. 단, 김우성 심판은 해당 인터뷰가 ‘인터뷰인지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거다.
올해 심판 판정 논란은 한둘이 아니었다. 쌓이고 또 쌓였다.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선 KFA 문진희 심판위원장이 증인석에 섰다. 심판위원장이 대한민국 국정감사장에 선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올해 K리그 오심 건수가 전년 대비 182%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28건이던 오심이 국정감사 시점인 올해 10월까지 79건으로 급증했다.
8월 10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천안시티 FC의 K리그2 24라운드 경기에선 희대의 오심이 나왔다.
전남 민준영이 전반 20분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으나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주심이 비디오판독(VAR) 후 오프사이드로 판명했기 때문.
이는 오심이었다.
더 큰 문제가 불거졌다. 해명이라고 내놓은 게 ‘심판의 실수가 아닌’ 기술적인 결함이란 것이었다. 경기장 시설과 VAR 장비 등이 개선될 수 있도록 이를 담당하는 연맹, 각 구단 관계자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는 게 KFA 심판위원회가 내놓은 개선안이었다.
심판의 잘못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KFA는 2020년부터 K리그 심판진을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넘겨받았다. KFA는 심판위원회를 통해서 심판을 관리하고 있다.
이후 판정 문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축구계의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 제대로 된 소통이라도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일방적인 소통을 일삼은 뒤 ‘소통하고 싶다’는 뻔뻔한 주장까지 내세운다.
정몽규 KFA 회장은 4선에 도전하면서 ‘국제심판 양성’을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영어 교육을 포함한 국제심판 양성 프로그램과 심판 역량 강화를 위한 해외 강사 초빙 교육 프로그램 등은 공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었다.
정몽규 회장의 제55대 집행부가 탄생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까닭일까. 체감된 변화는 크지 않다는 게 축구계의 공통 의견이다. 심판계만 보면, ‘판정 존중’만 강요하는 여전한 불통이 뇌리에 가장 깊이 박혔다.
올여름부턴 심판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느냔 의문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8월 KFA 김동기 심판운영팀장이 급작스럽게 울산 HD 코치로 자릴 옮기면서 이 목소리는 더욱 강해졌다. 신태용 감독이 울산 지휘봉을 잡았을 때였다. KFA 심판운영팀장 자리는 아직도 공석인 것으로 알려진다.
코리아컵은 대한민국 프로와 아마추어가 총출동해 최고의 팀을 가리는 대회다.
코리아컵 결승전은 KFA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대회다. 이 대회 결승전엔 그해 최고의 심판이 서야 한다.
K리그1 정상급 심판으로 꼽히는 고형진 심판은 12월 6일 중국 쑤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리는 베이징 궈안과 허난의 2025년 중국 FA컵 결승전 주심을 맡는다.
역시나 K리그1 정상급 심판으로 평가받는 김종혁 심판은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부천 FC와 수원 FC의 2025시즌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책임졌다.
김우성, 이동준 심판은 올해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올해도 K리그1에서 정상급 심판으로 평가받으며 활약을 이어왔다.
제55대 정몽규 KFA 회장 집행부 첫해의 마지막인 코리아컵 결승전.
올해를 쭉 돌아보면, 코리아컵 결승전 심판진에 김우성, 이동준 심판이 포함된다고 한들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