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이라는 매우 긴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인사라도 하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서 했다.”
최형우(삼성 라이온즈)는 KIA 타이거즈 동료들을 잊지 않았다.
최형우는 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로써 최형우는 자신이 보유했던 역대 최고령 골든글러브 수상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하게 됐다. 지난해 40세 11개월 27일의 나이로 황금장갑을 꼈는데, 올해 9일 기준 41세 11개월 23일로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 2002년 2차 6라운드 전체 48번으로 삼성의 지명을 받은 최형우는 베테랑 우투좌타 외야 자원이다. 통산 2314경기에서 타율 0.310(8346타수 2586안타) 419홈런 173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0을 마크했다. 2017시즌부터 KIA에서 활동했으며, 올 시즌이 끝난 뒤 2년 간 인센티브 포함 최대 총액 26억 원의 조건에 삼성과 다시 손을 잡았다. 올해 성적은 133경기 출전에 타율 0.307(469타수 144안타) 24홈런 86타점 OPS 0.928이다.
수상 직후 최형우는 “KIA 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다”며 양현종을 비롯한 KIA 선수들의 이름을 호명한 뒤 “저에게 고맙다 하던데, 내가 그동안 더 고마웠다. 항상 추억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그것을 묻고 각자의 위치에서 항상 열심히 하다 보면 좋게 만날 날이 오니 더 열심히 하자”고 울컥했다.
이후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난 그는 “원래 (이름을) 다 이야기 하려 했는데, 울컥하는 순간 반을 까먹어서 이야기 못 했다. 나중에 어떤 기회가 있으면 다 이름 한 명씩 이야기 해 주고 싶다”며 “(KIA) 후배들과 9년이라는 매우 긴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인사라도 하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서 했다”고 진심을 전했다.
무엇보다 올해 최다 득표율(97.8%)을 기록하며 황금장갑을 꼈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최형우는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316표 중 309표를 획득했다.
그는 “너무 감사드리는데, 정작 앉아 있는 저는 몰랐다. 그것을 좀 부각시켜주지 저도 몰랐다”며 “너무 감사드린다. 경쟁 상대가 많이 없긴 했지만, 저는 나이가 많다. 항상 제 이름이 나오면 나이가 먼저 나온다. 거기에 따른 여러가지 말들이 나온다. 저는 항상 나이와 싸운다 생각한다. 지금까지 잘 이겨내서 여기까지 왔다. 이것은 변함 없을 것 같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맹타를 휘두르고 있지만, 딱히 ‘관리’하지는 않는다고.
최형우는 “항상 이야기하지만, 관리라는 것이 딱히 크게 필요하지도 않고, 잘 모르겠다. 남들보다는 조금 더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다”며 “웬만하면 그날 그날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잊으려 한다. 다음날 가면 리셋된 생각으로 시작한다. 요즘 다른 동생들처럼 잘했다고 계속 신나 있고, 못 했다고 우울해 하지 않는다. 그런 게 그래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 골든글러브를) 받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야구를 매우 오래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며 “그냥 매일 매일 주어지는 상황에 맞춰 할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