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로 별세한 故 김지미…생전 마지막 인터뷰 속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전설 김지미가 미국에서 별세했다. 향년 85세.

10일 별세 소식이 전해지며, 생전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인터뷰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김지미는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한 이후 ‘별아 내 가슴에’, ‘춘희’, ‘토지’, ‘을화’, ‘길소뜸’, ‘티켓’ 등 7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기며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압도적 존재였다. 하지만 그는 말년 인터뷰에서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단언했다. 스포트라이트 속 스타가 아닌, 어머니·할머니로 돌아간 “보통 여자 김지미”의 고백이었다.

그는 생전 마지막이 된 인터뷰365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평생 떳떳하게 살았다. 흠이라면 결혼을 여러 번 한 것뿐”이라며 담담히 말했다. 이어 “성공하지 못한 결혼생활도 있지만, 누구에게도 피해 준 적 없고 비굴하게 산 적도 없다. 자책할 일도, 부끄러울 일도 없다”고 스스로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사진=인터뷰 365

배우로서 화려한 시절을 보냈지만, 말년의 그는 오히려 소탈했다. 미국에 정착한 뒤 손주들을 돌보고, 집안일과 과일나무 손질을 하며 “조용하고 단란한 가족의 자리로 돌아왔다”고 표현했다. 유명세로 인해 평생 제한된 삶을 살았던 그에게 미국 생활은 늦게 찾아온 해방이었고, 그는 “이제야 내 인생을 내 맘대로 산다”고 미소 지었다.

사진=인터뷰 365

평생 자신을 둘러싼 관심 속에서도 그는 배우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식당이나 상점에서 사진 요청을 받으면 “나는 한국영화가 키운 배우다. 상업용으로 벽에 붙일 사진은 없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회고록 제안에도 “쓰면 다 밝힐 텐데 살아 있는 사람도 많아 시끄럽다”며 웃어 넘겼다.

사진= 인터뷰 365

김지미는 제작자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1985년 설립한 지미필름을 통해 ‘길소뜸’, ‘티켓’, ‘명자 아끼꼬 쏘냐’ 등을 제작하며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문 ‘영화인 경영자’로도 존재감을 남겼다.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을 지내며 영화 행정에도 기여했다. 한국 영화계는 그를 두고 “기개 있는 여장부, 시대를 연 스타”라고 평가한다.

사진=MK스포츠 DB

생전 그는 자신의 이름을 지우며 살고 싶다고도 했다. “지금 사는 미국 집에는 내가 배우였다는 흔적이 아무것도 없다. 남은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담담히 말했다. 영화계의 가장 큰 별 중 하나였지만, 마지막까지 그는 “한 사람의 인생”을 더 소중히 여겼다.

사진=MK스포츠 DB

한국영화인협회 등 영화계는 충무로 내 상징적인 장소에 고인을 위한 추모 공간을 마련해 조용히 애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인터뷰:김두호 대표 / 정리: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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