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도전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상위 라운드, 모든 것이 낯설었고, 모든 것에서 밀렸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도미니카 공화국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에서 0-10으로 졌다. 이 패배로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2013년 무패 우승에 이어 다시 한 번 우승의 꿈을 키워가게 됐다. 같은 날 열린 미국과 캐나다의 8강전 승자와 격돌한다.
19년 만에 처음으로 진출한 상위 라운드,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선수단 거의 대부분이 메이저리거로 구성된 팀을 오랜만에 상대했다.
그리고 결과는 완패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면에서 이번 대회 유력 우승후보에게 밀렸다.
타선은 상대 선발 크리스토퍼 산체스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산체스는 완벽한 제구로 대한민국 타자들을 압도했다.
4회 자마이 존스의 우전 안타, 안현민의 우중간 가르는 2루타가 나왔지만, 한 점도 내지 못했다.
무사 1루에서 나온 이정후의 병살타가 아쉬웠다. 이정후는 1루에서 타이밍상으로 세이프였지만, 1루심의 생각은 달랐다. 비디오 판독 기회를 날린 한국 벤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더 처참한 것은 마운드였다. 선발 류현진이 1 2/3이닝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무너진 이후 불펜을 총동원했지만, 한 번 불붙은 불을 끄기에는 바람이 너무 거셌다. 2회 3실점, 3회 4실점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노경은 박영현 곽빈 더닝까지 네 명의 투수를 갈아넣어야 했다.
도미니카 공화국 선수들은 여기에 허슬도 한국에 앞섰다. 두 가지 장면이 돋보였다.
첫 장면은 2회 첫 실점 장면이었다. 1사 1루에서 주니어 카미네로가 좌익수 방면 장타를 때렸고 1루에 있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홈으로 들어왔다. 중계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며 주자를 잡는 듯했지만, 유격수 김주원의 홈 송구가 다소 높았고 그 사이 게레로 주니어가 몸을 던져 홈에 슬라이딩, 포수 박동원의 태그를 피했다.
두번째 장면은 3회 나왔다. 무사 1루에서 게레로 주니어의 우중간 가르는 2루타 때 1루에 있던 후안 소토가 홈으로 달렸다. 이번에도 타이밍은 아웃이었지만, 소토가 마치 수영을 하듯 유연한 몸놀림으로 박동원의 태그를 피하며 득점했다. 비디오 판독까지 요청했지만, 판정을 뒤집지 못했다.
신기에 가까운 몸놀림에 한국팀 포수 박동원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결과적으로 이 두 장면은 모두 빅이닝으로 이어졌다. 최고의 선수들이 몸을 날리자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
3회까지 대량 실점한 한국 마운드는 뒤늦게 안정을 찾았다. 3회 데인 더닝이 만루 위기에서 등판, 이닝을 마친 이후 고영표 조병현 고우석이 1이닝씩 이어 던지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고영표는 4회 게레로 주니어에게 홈런성 타구를 허용했지만, 간발의 차로 파울 폴을 벗어났다.
타선이 이 노력에 응답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5회까지 산체스를 상대로 제대로 힘을 내보지 못한 한국 타선은 6회 이후 가동된 상대 불펜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우승을 바라보고 있는 도미니카 공화국은 수비도 진심이었다. 7회초 1사 1루에서는 문보경의 타구를 2루수 케텔 마르타게 호수비로 잡아내 병살로 연결했다.
결국 한국은 7회말 소형준이 오스틴 웰스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 0-10 콜드게임으로 패하고 말았다. 도미니카 공화국 선수들이 축하하는 사이, 한국팀 선수들은 한동안 필드를 떠나지 못했다.
[마이애미(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