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석화가 뇌종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19일 연극계에 따르면 윤석화는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유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고인은 오랜 시간 악성 뇌종양과 싸워왔으며, 끝까지 무대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던 배우였다.
윤석화의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상주로는 남편 김석기 씨와 아들 김수민, 딸 김수화 씨가 이름을 올렸다. 입관은 20일 오전 8시에 진행되며, 발인은 21일 오전 9시 엄수된다. 장지는 용인공원 아너스톤이다.
빈소 한가운데에는 윤석화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흑백 사진 속 고인은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있어, 무대 위에서 관객을 바라보던 배우 윤석화의 온화한 인상을 그대로 전한다. 사진 주변으로는 국화와 조화가 정갈하게 놓여, 조문객들의 발걸음을 더욱 숙연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 길해연 이사장은 고인을 추모하며 “윤석화 선생님은 한국 연극계의 큰 기둥이자, 예술인 복지의 필요성과 가치를 누구보다 일찍 인식하고 실천하신 분”이라며 “연극인의 권익 보호와 복지 확대를 위해 헌신하신 고인의 노고는 공연예술계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윤석화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해 손숙, 박정자와 함께 1980~1990년대 연극계를 대표한 여배우 트로이카로 활약했다. ‘신의 아그네스’를 통해 폭발적인 존재감을 각인시켰으며,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마스터 클래스’ 등 수많은 작품으로 무대를 지켜왔다.
연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1992)에서는 재즈 가수 멜라니를 연기했고, ‘마스터 클래스’(1998)에서는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6년에는 예순의 나이에 연극 ‘햄릿’에서 오필리아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연기 인생의 정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명성황후’,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 역시 고인의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윤석화는 2022년 7월 연극 ‘햄릿’ 공연을 마친 뒤 영국 출장 중 쓰러졌고, 이후 서울로 이송돼 악성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투병 중에도 무대를 향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그는 2023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토카타’에 약 5분간 우정 출연하며 관객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무대 위에서, 그리고 무대 밖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배우 윤석화의 마지막 길에 동료들과 관객들의 조용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