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선수 이적 시장에서 꾸준히 이름이 언급되는 팀이 있다. 라스베가스로 연고 이전을 준비중인 애슬레틱스가 그들이다.
애슬레틱스의 최근 행보는 흥미롭다. 이번 오프시즌 FA로 나온 김하성에게 관심을 보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디 애슬레틱’이 한국시간으로 지난 17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김하성에게 4년 4800만 달러 계약을 제안했다. 최종 제안 금액은 이보다 더 높았다는 것이 업계 루머다.
김하성은 결국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1년 2000만 달러 재계약을 택했다. 연평균 금액에서 차이가 났고 유격수가 아닌 2루수를 제안하면서 결국 김하성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
애슬레틱스가 관심을 보인 한국 선수는 김하성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2025년 KBO리그 드래프트 대상 선수 중 가장 주목받았던 천안북일고 우완 박준현에게도 강력한 관심을 보였다.
계약금만 200만 달러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아마추어 FA 계약금 한도가 정해진 메이저리그에서 이는 파격적인 대우다. 한 타 구단 관계자는 “돈 싸움에서 우리가 상대가 되지 않았다”며 애슬레틱스가 박준현 영입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전했다.
애슬레틱스는 그러나 선수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 박준현은 KBO 드래프트에 참가, 전체 1순위로 키움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았다.
여기에 오퍼 내용이 확인된 바는 없지만, 이들은 최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 송성문에게도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시장에 나온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인 것.
애슬레틱스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구단은 아니다. 빅리그에서 뛴 한국인 선수는 한 명도 없다. 김성민(2012-15), 박효준(2024)이 마이너리그에서 뛰었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환영받는 행선지는 아니다. 오클랜드시와 신축 구장 건설 문제를 풀지 못한 이들은 2024시즌 이후 오클랜드를 떠났고 현재는 라스베가스에 신축 구장이 건설될 때까지 오클랜드 인근 도시인 새크라멘토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트리플A팀과 구장을 공유하고 있다. 최소 2년은 마이너리그 구장에서 홈경기를 치러야 한다. 여기에 2020시즌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을 정도로 성적도 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애슬레틱스가 한국 선수에게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애슬레틱스가 신축 구장을 준비하면서 기업 스폰서 유치를 위해 아시아 출신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메이저리그는 입장권 판매와 중계권료가 주 수입원이다. 유니폼 광고는 소매에만 한 개만 허용된다. 나머지는 경기장 광고인데 대부분이 해외 기업에 의지하기보다는 연고지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광고로 충당하고 있다.
아시아 출신 선수를 영입해 스폰서 유치 효과를 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다저스가 오타니 쇼헤이를 영입한 이후 일본 기업들의 광고 후원이 줄을 잇자 이에 대한 업계 인식도 변해가는 모습.
오타니만큼은 아니지만, 다저스는 과거 류현진을 영입했을 때도 LG나 오리온 등 한국 기업들의 광고 후원을 받기도 했다.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한국 기업인 한화가 구장 펜스 광고를 하고 있다.
사실상 메이저리그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라스베가스로 연고 이전을 준비중인 애슬레틱스는 수익 창출을 위해 이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다. 앞서 그는 지난 7월 자신의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인 팀61을 통해 애슬레틱스 구단에 7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의 약 2~3%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박찬호가 애슬레틱스가 한국 선수 영입을 시도할 때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애슬레틱스가 한국 선수 영입을 시도하면서 박찬호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노력에도 이들은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김재호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