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이라 했다.” 프랑스 영화계의 아이콘이자 동물권 운동가로 활동해온 브리지트 바르도가 개고기·보신탕 문화를 끝내 비판한 채 세상을 떠났다. 배우로서의 화려한 명성보다, 신념을 위해 논란을 감수했던 그의 삶이 다시 한 번 조명되고 있다.
1950~1960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배우로 활동하다 동물복지 운동가로 전향한 브리지트 바르도가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AFP통신 등 외신은 28일(현지시간) 바르도가 프랑스 남부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193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바르도는 1956년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자유분방한 이미지와 강렬한 매력으로 프랑스 영화계의 상징이 됐으며, ‘BB’라는 애칭으로 마릴린 먼로와 함께 당대 최고의 여배우로 불렸다. 그러나 그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결코 큰 열정을 느끼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1973년 은퇴를 선언한 바르도는 이후 반세기 가까운 시간을 동물복지 운동에 바쳤다. 1986년 동물보호 재단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고, 유럽 내 전통 축제와 도살 문화, 동물을 이용한 산업 전반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특히 한국에서는 개고기와 보신탕 문화를 ‘야만적’이라고 표현하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인물로 기억된다. 그는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개고기 식용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는가 하면, 한국 제품 불매 운동을 언급하며 국제 사회에 문제를 제기해 큰 논란을 낳았다. 이 같은 발언은 문화 상대성을 무시했다는 비판과 함께 국내외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바르도의 직설적인 언행은 다른 문화권에서도 논쟁을 불러왔다. 프랑스 내 무슬림 도살 문화 등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인종차별 혐의로 여러 차례 유죄 판결을 받았고, 극우 정치 성향을 드러내며 또 다른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바르도는 자신의 선택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내가 사냥당하는 동물처럼 취급받는 경험을 통해 그들의 고통을 더 이해하게 됐다”고 말하며 끝까지 동물 보호를 삶의 중심에 두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추모 메시지를 통해 “브리지트 바르도는 영화와 자유, 그리고 동물에 대한 열정으로 한 시대를 상징한 인물”이라며 “세기의 전설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배우로 시작해 논쟁적 운동가로 생을 마감한 브리지트 바르도. 그가 남긴 유산은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안은 채, 여전히 강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