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 속 사진은 웃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도, 고(故) 김영대가 남긴 마지막 인상은 따뜻함이었다. 음악과 대중문화를 기록해온 평론가였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사람 김영대’를 떠올리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고(故) 김영대가 향년 48세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의 증언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이 엄수됐고, 흑석동 성당에서 장례 미사가 열린 뒤 서울추모공원 평화의 쉼터에 안치됐다.
김영대는 지난 24일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유족 측은 SNS를 통해 부고를 전했으며, 구체적인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별세 직전까지도 그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사전 녹화에 참여해 ‘한국인이 뽑은 캐럴 TOP7’ 특집을 진행하며 청취자들과 만났다. 방송 이후 전해진 비보에 제작진 역시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음악 평론가 김봉현은 발인을 마친 뒤 SNS에 장문의 글을 남기며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김영대와 함께했던 미국 강연 일정, 음악과 케이팝을 둘러싼 긴 대화, 그리고 서로를 응원하던 시간들을 차분히 되짚었다. “전진하는 사람과 그 뒤를 지켜보는 사람처럼 느꼈다”는 그의 회고는, 김영대가 단순한 동료를 넘어 신뢰로 이어진 관계였음을 보여준다.
김봉현은 특히 “그의 사진 앞에서 절을 하지 않았다”며 “절을 하면 인정하게 될 것 같았다”고 적어,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 상실감을 솔직하게 전했다. 빈소에서 마주한 고인의 영정은, 그가 기억해온 모습 그대로였다고 덧붙였다.
방송인 안현모가 전한 고인의 마지막 순간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안현모는 자신의 SNS를 통해 “늘 아내와 아이들 이야기로 신나 있던 사람이었다”며 “올해도 크리스마스 전통처럼, 가장 좋아하던 영화 ‘패밀리맨’을 사랑하는 딸과 함께 보고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그는 김영대를 “마지막까지 가족 곁에 있던 진정한 패밀리맨”이라고 표현했다.
안현모는 이어 “만나는 모든 이에게 친절하고 편견 없이 다가가던 사람”이라며 “음악과 영화, 삶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친구”라고 회상했다. 기록자로서의 김영대 이전에, 사람으로서 남긴 흔적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영대는 ‘우리 시대의 클래식’,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대중음악을 기록해온 평론가였다. 하지만 그를 떠나보낸 이들이 가장 먼저 꺼내든 기억은 화려한 이력보다, 웃고 있던 얼굴과 가족 이야기,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태도였다.
영정 속에서 미소 짓고 있던 김영대. 마지막까지도 그는 자신이 사랑한 것들, 그리고 사람들 곁에 머물러 있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