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난 날들도 다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다.”
김서현(한화 이글스)은 차분히 지난해 아픔을 털어내고 있었다.
한화는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차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호주 멜버른으로 출국한다. 24일 휴식을 취하는 선수단은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그리고 김서현 또한 이날 동료들과 함께 호주로 향했다.
2023년 전체 1번으로 한화에 지명된 김서현은 통산 126경기(126.2이닝)에서 3승 6패 34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4.05를 마크한 우완투수다. 특히 지난해 활약이 좋았다. 69경기(66이닝)에 나서 2승 4패 2홀드 33세이브 평균자책점 3.14를 작성, 독수리 군단의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들어 시련이 찾아왔다. 1일 인천 SSG랜더스전에서 한화가 5-2로 앞서던 9회말 등판해 2아웃을 잡아냈지만, 류효승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대타 현원회에게 비거리 110m 좌월 2점 아치를 허용했다. 이후 정준재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1루에서는 이율예에게 비거리 110m의 좌월 끝내기 2점포를 헌납하며 패전을 떠안았다. 한화 또한 이날 포함 잔여 경기 전승을 거뒀을 경우 LG 트윈스와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었지만, 결국 정규리그를 2위로 마감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웃지 못했다. 5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4.73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그래도 시즌 후 진행된 2026년 연봉 계약에서는 활약상을 인정받아 기존 5600만 원에서 200% 인상된 1억6800만 원에 사인했다.
출국 전 만난 김서현은 “(연봉이) 많이 올랐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아직 많이 모자란 것 같다”며 “이번 시즌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아무 일 없게 작년 초반에 했던 것처럼 초반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비시즌) 야구 생각을 최대한 멀리했다. 1월 달부터 공을 다시 잡기 시작했다. 조금씩 캐치볼하면서 스프링캠프 갔을 때 첫 피칭할 수 있도록 맞춰놨다. 작년에는 한국에서 몇 번 피칭을 하고 갔다. 시즌 (막판) 체력 떨어진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1월에 공을 잡게됐다”며 “(야구 생각을 많이 안 한 것이) 솔직히 많이 도움됐다. 이제는 지난 날들도 다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멘탈 관리도 많은 선배들의 도움 속에 한층 나아졌다. 그는 “솔직히 아직까지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있지만, 선배님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지난 시즌 올스타전 때는 다른 팀 선배님들한테도 많이 물어봤다. 한 가지로 정리해서 시즌 때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김서현은 태극마크와 다소 멀어진 상황이다. 오는 3월 펼쳐지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가능성도 옅어졌다.
그는 “제가 못한 것은 제가 당연히 감당해야 한다. 후반기 안 좋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말 펼쳐진 평가전에서 국가대표팀에) 가서도 좋은 모습이 아닌, 불안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 제가 빠지는 것이 맞다 생각했다. 그거 하나에 좌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국제 대회도 많다. 너무 좌절하지 말고 다음 것을 준비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월 펼쳐지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대해서는 “모든 대회가 항상 다 중요하다. 무조건 뽑힌다는 보장도 없다. 제가 항상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최대한 노력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일단 구종 점검 및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힘쓸 거라고. 김서현은 “구종 점검을 많이 할 것이다. 이번 시즌 어떤 로케이션을 가져가야 할 지 미리 알아야 한다. 제 몸 컨디션도 많이 알아봐야 한다. 스프링캠프 때는 항상 너무 좋았다. 너무 좋은 것이 또 안 좋게 될 수 있다. 컨디션이 제일 중요하다”며 “(컨디션을) 일단 유지하고 있다. 가서 며칠 운동하면서 컨디션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제일 중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비시즌 한화는 핵심 불펜 자원들인 한승혁(KT위즈)과 김범수(KIA 타이거즈)를 떠나보냈다.
김서현은 “솔직히 아쉬움이 좀 많다. (김)범수 형은 (이적 소식이 알려진 지) 며칠 안 됐다. 같이 계속 있고 싶은 마음이다. FA 시즌이 되면 다른 선배님들도 안 갔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큰데,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인연이 길 수록 아쉬움도 많이 커진다. 가서도 잘 하시고 우리 팀에 있을 때처럼 만나 하하호호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한승혁, 김범수의 이적으로 마무리 김서현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 시즌 들어가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번 스프링캠프가 어떻게 마무리 되고, 시범경기에서 어떻게 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 두 가지만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에 멘탈적으로 여러 군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마무리 투수 보직을 지키기 위해서는) 경기를 해봐야 안다. 시범경기 전까지 멘탈을 어떻게 유지하느냐, (안 좋은 것을 잊고) 새로고침을 할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는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화 팬들이 찾아 응원을 보냈다. 김서현은 “(팬들의 존재가) 확실히 힘이된다. 와서 응원 많이 해주시니 좋은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인천국제공항=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