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외침과 함께 공이 하프라인을 넘어 공격수에게 전달된다. 수비는 이미 전열을 정비한 채 ‘올 테면 와보라’는 눈빛으로 상대를 응시한다. 공격수가 드리블을 낮게 깔고 한 발 더 전진하려는 순간, 수비수 두 명이 동시에 어깨를 들이민다. 유니폼이 팽팽하게 잡아당겨지고 팔과 팔이 얽힌다. 바닥을 스치는 운동화 소리와 함께 “쿵” 하는 둔탁한 충돌음이 체육관에 울린다.
손목과 팔꿈치는 수비의 손에 걸려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미 윙에서는 공을 넘겨받은 선수가 코트를 박차고 날아오른다. 45도 각도로 몸을 기울여 던진 슛이 골키퍼의 옆구리를 스치며 골망을 흔든다.
“와아~!”
숨죽여 지켜보던 관중들의 탄성이 한순간에 터져 나오며 체육관을 가득 채운다.
선수들이 60분 내내 치열한 몸싸움 속에서 공수를 반복하고, 관중의 함성이 방송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신한 SOL Bank 25-26 핸드볼 H리그 경기장. 화려한 조명 아래 펼쳐지는 이 무대는 선수들만의 것이 아니다.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도록, 관객이 편안히 직관하고 시청자가 안방에서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80여 명의 스태프가 경기 4시간 전부터 열정을 던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훨씬 전부터 수많은 이들의 손길과 땀방울로 경기장은 이미 달궈져 있었다.
■ [D-1]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경기장 조성
한 지역에서 2주 연속 경기가 열리는 H리그 특성상 첫 주 경기 하루 전은 가장 분주한 시간이다. 텅 빈 체육관에 핸드볼 전용 바닥 매트가 깔리고, 광고 보드와 전광판이 설치된다. 관중의 눈에 보이는 외형뿐 아니라 기록 전송 시스템과 네트워크 세팅까지 하루 전 모두 마무리된다. 말 그대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 [경기 당일 AM] 가장 먼저 열리고, 가장 꼼꼼하게 점검된다
경기 당일 가장 먼저 경기장을 찾는 이들은 의외로 청소팀과 심판부다. 청소팀은 전날 늦은 시간까지 정리를 마쳤음에도 다시 한번 객석과 코트를 닦으며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심판부는 오전부터 전날 경기 영상을 돌려보며 판정을 복기하는 ‘끝장 토론’을 진행한다. 심판위원장과 감독관, 심판진 등 10여 명이 모여 객관적인 영상 분석을 통해 판정 오류와 오심을 줄이기 위한 기준을 공유한다. 공정성과 일관성을 지키기 위한 가장 치열한 토론의 시간이다.
이석 한국핸드볼연맹 심판부 차장이자 평가관은 “핸드볼은 속도가 빠르고 몸싸움이 치열해 보는 위치나 각도에 따라 장면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허용되는 몸싸움의 수준도 결국은 심판이 설정한 기준에 따르기에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심판이 100% 완벽할 수 없고 가장 큰 관건은 일관성 유지에 있기에 이러한 분석과 토론으로 기준을 보완한다. 심판들에게는 다소 압박이 될 수 있으나, 철저한 분석을 통한 신랄한 자기비판만이 코트 위에서 더 나은 판정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가급적 이러한 기준은 국제핸드볼연맹 심판위원회에서 설정한 판정 및 경기 운영의 경향성을 따른다. H리그의 경쟁력은 곧 국가대표팀의 경쟁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핸드볼연맹은 모든 경기에 대해 비디오 분석 미팅을 진행하며, 주요 영상은 자체적인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업로드하여 내부적인 공유를 하는 등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D-4h ~ D-2h] 디테일이 만드는 관람의 즐거움
경기 4시간 전, 선수와 관중 그리고 경기 진행자 사이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는 대행사 스태프들이 도착해 선수용 타월과 음료, 진행석 테이블, 각종 비품을 점검한다. 이들의 손길이 더해지지 않으면 경기장은 이벤트 무대가 아닌 어수선한 공간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미 단톡방을 통해 그날 있을 경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일찌감치 일과를 시작하는 연맹 관계자들이 도착하면 체육관의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깨어난다. 전광판 시간 계측, 코트 상태, 경기구 공기압까지 단 1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점검이 이어진다. 콘솔 박스 팀이 조명과 음향, 레이저를 세팅하면 고요하던 공간은 순식간에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여기에 3시간 전부터 리허설에 들어가는 치어리더팀은 관객 참여 이벤트를 논의하며 현장의 온도를 끌어올린다.
치어리더팀 최인용 단장은 “단순히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어떻게 하면 핸드볼이라는 종목에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3시간 전 리허설은 그 호흡을 맞추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우리의 에너지가 선수들에게도 전달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D-2h] 30여 명의 방송팀, ‘감동의 각도’를 찾다
가장 많은 인원이 투입되는 곳은 방송팀이다. 30여 명의 전문가가 카메라 6대를 비롯한 중계 시스템을 가동한다. 전 경기 맥스포츠 채널을 통해 생중계하므로 카메라는 단순히 경기 장면만 담지 않는다. 경기 전 선수 가족이 어디에 앉았는지 미리 확인해 두었다가, 득점 순간 환호하는 가족의 표정을 교차로 비춘다. 승부 이상의 ‘드라마’를 안방까지 전달하기 위해 열정을 쏟는다.
■ [마무리] 완벽한 무대를 향한 연맹의 의지
경기 1시간 전, 홍보팀은 당일 경기의 관전 포인트와 주요 기록을 정리해 언론 배포 자료를 준비한다. 선수들이 만들어낼 활약과 기록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한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다. 이 모든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H리그의 휘슬이 울린다.
한국핸드볼연맹 오자왕 사무총장은 “한 경기를 위해 80여 명의 스태프가 움직이는 이유는 오직 ‘완벽한 경기’를 위해서다. 선수는 경기에만 집중하고, 팬은 현장의 열기를 온전히 느끼며, 시청자는 안방에서 최고의 화질로 즐길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들의 노고가 H리그를 지탱하는 진정한 힘이다”라고 설명했다.
60분의 혈투 뒤에는 이처럼 80여 명 스태프의 열정이 숨어 있다. 우리가 매주 마주하는 박진감 넘치는 핸드볼 경기는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코트 위 선수들의 투지와 함께, 코트 밖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모여 하나의 ‘완벽한 무대’를 완성하고 있다.
H리그는 이번 설 연휴 기간에도 13~16일과 19~22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에서 서울 시리즈가 열리는데 본격적인 순위 경쟁에 돌입한 남자부 3라운드와 여자부 2라운드가 진행된다.
[김용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