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열일곱의 김새론은 여전히 싱그럽게 웃고 있는데, 현실의 시계는 차가운 법정에서 멈춰 섰다. ‘천재 아역’이라는 찬사로 시작해 음주운전이라는 오명을 쓰고,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배우 김새론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년. 하지만 고인을 둘러싼 잡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그녀의 영면을 방해하고 있다.
16일, 故 김새론의 1주기를 맞았다. 지난해 2월 16일, 향년 25세의 꽃다운 나이에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그녀의 비보는 연예계 전체를 침통하게 만들었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은 극명하게 갈린 두 남자의 모습으로 더욱 대중의 가슴을 후벼팠다. 영화 ‘아저씨’로 인연을 맺은 뒤 15년간 칩거하던 원빈은 빈소를 찾아 비통한 눈물을 쏟았다. 그 눈물은 지켜주지 못했다는 ‘어른의 미안함’이자, 재능 있는 배우를 잃은 상실감의 표현이었다.
반면, 또 다른 인연은 악연이 되어 남았다. 고인의 사망 직후 불거진 배우 김수현과의 ‘6년 열애설’은 단순한 스캔들을 넘어 법적 공방으로 비화했다. 유족 측은 “고인이 미성년자 시절부터 김수현과 부적절한 관계(그루밍)에 있었으며, 이로 인한 정서적 학대가 극단적 선택의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양측의 공방은 1년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수현 측은 “과거 같은 소속사 선후배였을 뿐, 연인 관계는 사실무근”이라며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한 상태다. 최근 열린 3차 변론기일에서도 양측은 고인의 다이어리와 메신저 내용을 두고 치열한 진실 게임을 벌였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데, 산 자들의 다툼 속에 고인의 명예만 멍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토록 소란스러운 가운데, 고인의 유작인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이 오는 3월 4일 개봉을 확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가장 투명하고 순수한 ‘하이틴 로맨스’다.
음주운전 논란으로 ‘트롤리’, ‘사냥개들’에서 하차하거나 편집당하며 대중에게 외면받았던 그녀가, 사후에야 비로소 온전한 주연작으로 관객을 만나는 셈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스크린 속에서 교복을 입고 해맑게 웃는 김새론을 보며, 현실의 ‘음주운전’과 ‘미성년자 교제 의혹’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동시에 떠올려야 하는 인지부조화를 겪게 됐다.
2009년 영화 ‘여행자’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으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소녀. ‘아저씨’의 소미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그녀는 성인 연기자로 안착하는 과정에서 겪은 성장통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1주기를 맞았지만, 추모의 정서보다는 법적 공방의 소음이 더 크게 들리는 현실이 씁쓸하다. 원빈의 눈물처럼 그녀를 기억하는 이들의 진심이, 진흙탕 싸움에 덮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5세, 너무 일찍 멈춰버린 그녀의 시간이 이제라도 평안을 찾길 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