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스승이 최고의 조력자가 됐다. FC안양의 이우형 단장과 유병훈 감독의 이야기다.
안양은 2024년 유병훈 감독 선임 후 매 시즌 구단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2013년 창단 후 오랜 염원이었던 K리그1 승격의 기쁨을 누렸다.
지난 시즌 안양은 첫 1부 무대에서 저력을 보여주며 잔류에 성공했다. 강등권에 머물 것이라는 시선을 깨뜨리고 복병의 팀이 됐다. 개막전에서 디펜딩챔피언 울산HD를 꺾으며 이변을 만들었고, 3로빈에는 연고지 역사로 얽힌 FC 서울 원정에서 팬들과 약속한 1승까지 챙겼다.
유병훈 감독은 1년 차에 K리그2 우승과 승격, 2년 차에 1부 잔류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초보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지도력을 입증했다.
우승과 승격, 그리고 잔류까지 안양의 새 역사를 쓴 유병훈 감독이지만, 그 뒤에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 이우형 단장의 역할도 컸다.
이우형 단장은 2021~23년까지 안양을 이끈 뒤 수석코치였던 유병훈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이후 테크니컬 디렉터로 보직을 옮겼고, 지난해 7월에는 안양의 제9대 단장으로 취임해 행정가로서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우형 단장과 유병훈 감독은 확실한 역할 분담이 안양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우형 단장은 구단 운영을 비롯해 유병훈 감독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유병훈 감독은 이우형 단장의 지지와 지원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갔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두 사람의 호흡이 가장 무르익은 시기. 두 사람의 인연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부산아이콘스(현 부산아이파크)와 계약이 끝난 유병훈 감독은 무직의 선수로 생활하다 고양 KB국민은행에 입단했다. 당시 KB국민은행의 감독이 이우형 단장이었다.
유병훈 감독은 2010년 선수 은퇴 후 곧바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스승인 이우형 단장 밑에서 첫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3년 안양 창단 후에도 두 사람은 함께했다.
10년을 동행한 이우형 단장과 유병훈 감독은 2015년 결별했다. 이우형 단장은 안양 감독에서 물러났고, 유병훈 감독은 잔류해 안양 코치직을 이어갔다. 이후 여러 팀에서 각자의 길을 걷다가 2021년 이우형 단장이 안양의 감독으로 다시 돌아오며 두 사람은 다시 함께하게 됐다.
유병훈 감독은 이우형 단장을 ‘최고의 스승’이라 표한다. 유병훈 감독은 “단장님이 감독 시절 선수를 대하는 태도와 전술, 전략을 연구하는 자세를 크게 배웠다. 지금처럼 분석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없던 시기인데, 단장님은 브라질 축구를 분석하기 위해 직접 넘어가 수기로 분석 일지를 작성했다. 하루는 단장님 방에 있는 10권이 넘는 일지를 봤다. 30대부터 감독을 시작한 분이다. 많은 준비를 거친 지도자다. 단장님을 바라보면서 나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감독으로서 단장님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 작은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 표현이 많지 않지만, 눈으로 모든 답을 알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유병훈 감독이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놓은 독후감 한 편에는 ‘목표를 세우고, 이런 마음가짐을 갖도록 조언해주고, 좋은 습관을 갖게 해주신 김남표 선생님과 이런 마음가짐을 실천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시고 배려해 주신 이우형 선생님한테 감사드린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자신의 커리어에 이우형 단장은 가장 큰 배움을 준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우형 단장은 제자인 유병훈 감독을 더 치켜세우곤 한다. 승격 시즌에도, 잔류 시즌에도 경기장에서 취재진을 마주치는 그는 “유 감독과 선수들의 노력이 크죠. 유 감독도 스트레스가 많을 거예요”라며 응원과 걱정을 보낸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