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FC1995의 K리그1 승격을 이끈 이영민 감독은 이번 시즌에도 3백을 유지할 계획이다. 여느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전술을 고안하고 갖추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부천의 지휘봉을 잡고는 꾸준히 3백을 사용했다. 단순한 수비 전술에서, 이제는 승격을 이끈 자신만의 플랜 A가 됐다.
지난 시즌 부천은 이변의 팀이었다. 승격 후보라는 평가는 없었지만, 돌풍의 한 해를 보내며 리그 3위로 구단 최고 성적을 거뒀다. K리그2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후 구단 첫 승강 플레이오프로 향했다. 1부 수원 FC를 상대로 1·2차전 합산 스코어 4-2로 승리하며 창단 첫 승격의 기쁨을 안게 됐다. 우승 자격의 승격은 아니었지만, 시즌 내내 끈덕진 모습을 보여준 ‘부천스러운’ 새 역사를 써 내려갔다.
이제 K리그1에 도전하는 부천. 목표는 잔류다. 어렵게 올라온 만큼 오래 있겠다는 의지다. 이영민 감독도 이상을 바라보기보다는 현실적인 목표로 부천을 이끌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지난 1월 동계 전지훈련을 앞두고 본지와 만난 이영민 감독은 “부천 부임 당시 당장 승격을 노렸던 것은 아니다.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고 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제가 끌렸던 이유다. 첫 시즌 K리그2 꼴찌를 했다. 성적은 안 좋았지만, 지도자 생활 중 행복했던 시절이었던 거 같다. 선수들이 모두 열심히 해줬고 스펀지처럼 배움이 빨랐다. 팀이 성장하는 게 보였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결국 한 시즌 한 시즌 쌓았던 작은 성과가 승격이라는 결과로 다가왔다. 이영민 감독은 1부에서도 부천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다. 그는 “예산의 한계가 있다. 좋은 선수들을 많이 영입하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적은 예산을 가진 팀은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발굴하고, 성장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동안 열심히 키운 선수들이 많이 떠나갔다. 부천도 점점 투자를 이어가고, 팀에서 성장한 선수들을 붙잡고, 좋은 팀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당시 이영민 감독은 “부천 하면 다른 게 연상되지 않고 부천 FC 1995가 떠올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우선 1부 출발이 좋다.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전북현대와 개막전에서 3-2 역전승을 거뒀고, 또 다른 우승 후보인 대전하나시티즌과의 2라운드에서는 1-1로 비겼다. 1승 1무(승점 4)로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이영민 감독은 꾸준히 유지했던 3백 전술을 1부에서도 꺼내 들 계획이다. 그는 “우리가 2부에서 잘했던 모습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1부에서 우리가 잘했던 모습 그대로 더 보완해서 나서고 싶다. 최근 승격 팀들이 곧바로 강등되지 않았다.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라며 “1부의 11팀을 한 번씩 꺾어보고 싶다”라고 했다.
이영민 감독은 전술을 더 탄탄하게 만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비시즌 유럽으로 향해 축구를 관람하기도 하고, 다른 감독처럼 해외 축구를 분석해 왔다. 그가 가장 흥미롭게 바라본 팀은 2023-24시즌 사비 알론소 전 감독 체제에서 분데스리가1 무패 우승을 거둔 바이어 레버쿠젠과 아시아 최강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이다.
두 팀의 공통점은 3백. 어쩌면 이영민 감독이 추구하는 팀의 모습일 수 있다. 그는 “주로 분데스리가를 자주 지켜본다. 특히 알론소 감독의 레버쿠젠을 꾸준히 챙겨봤다. 현장에 가서도 관람했다. 다른 생각과 방식으로 접근해야 색다른 축구를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분데스리가를 몇 경기 관람하면서 그동안 내가 정해진 틀에만 박혀 있다는 걸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리야스 감독의 일본도 3백으로 좋은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 경기 운영이 항상 안정적이다. 레버쿠젠과 일본이 3백을 잘 활용한다. 단순히 경기를 보는 것에 멈추지 않고 팀에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도 한다.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는 우리 스타일에 맞게 준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며 “선수들에게 포지셔닝을 가장 강조한다. 3백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선수들의 위치가 중요하다. 여러 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고 서로 많이 소통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