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맥스’를 하면서 무엇보다 좋았던 던 것은, 좋은 선배님들을 만나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선배님들을 만난 것이 저에게 최고의 경험이었고, 배운 것이 많았던 만큼 배우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으로 남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배우 이가섭이 ‘클라이맥스’로 또 한 번 얼굴을 갈아 끼웠다. ‘잘못된 사랑’과 ‘순애보’ 사이, 첫사랑으로 인해 파국에 이르렀던 ‘박재상’의 얼굴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이가섭은 모든 공로를 함께 했던 이들에게 돌리며 “모든 것이 감사했던 순간”이라고 답했다.
이가섭이 출연했던 ENA 드라마 ‘클라이맥스’는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권력 카르텔을 뛰어넘는 검사 방태섭(주지훈 분)과 그를 둘러싼 이들의 치열한 생존극이다. 톱스타 추상아(하지원 분)의 경호원 박재상이 된 그는 중요한 서사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안방극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좋은 선배님들을 만난 것이, 최고의 경험이었지 않았나 싶어요. 배운 것도 많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거든요. 하지원 선배님도 그렇고, 주지훈 선배님도 그렇고, 옆에서 연기하면서 선배님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무한한 영광’이라고 할 정도로 좋았어요.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고 잘 해주셔서, 재상에게 더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결코 쉬운 것이 아닐텐데, 매번 잘 챙겨주신 덕분에 더욱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극 중 박재상은 추상아에 대한 사랑과 동경으로 그녀 대신 오광재 살해 사건의 용의자가 된 인물이다. 사랑하기에 자신을 희생했지만, 복역기간동안 추상아의 결혼 소식을 접한 후 그녀의 연인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배신감에 휩싸여 출소 후 유명 유튜버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 하면서 극을 이끌어 나갔다.
박재상이라는 인물은 연기하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이가섭은 “감독님께서 제가 모르는 저의 모습을 보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비슷했던 거 같다. 대본을 봤을 때 재상이라는 인물은 누명 아닌 누명을 쓰고, 계속해서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지는 느낌이었다. 잘못한 행동을 한 것도 맞지만”이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추상아를 향한 박재상의 감정은 사랑이었을까, 복수심이었을까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결국은 둘 다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재상이라면 진심으로 추상아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을 거 같거든요. 잘못된 방법으로 가기는 했지만, 그를 향한 복수심 또한 한편으로 사랑이지 않았을까요? ‘첫사랑’이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너무 동경하는 인물이 피폐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 자체를 지켜주고 싶지 않았을까, 거기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켜주고도 싶지 않았을까 싶어요.”
무엇보다 이가섭은 추상아를 향한 동경과 배신감이 뒤섞인 박재상의 복합적인 내면과 감정의 고조를 눈빛으로 세밀하게 세밀하게 표현하며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추상아와의 눈빛 연기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는 말에 쑥스러워하던 이가섭은 “하지원 선배님과 붙으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 같다”고 수줍게 답했다.
“리허설부터 본 촬영까지, 하지원 선배님의 연기를 통해 많은 에너지를 받았고, 그로 인해 제가 준비해 갔던 것 그 이상의 연기가 나올 수 있었어요. 눈빛 연기가 인상 깊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저는 사실 그저 선배님의 눈을 바라봤을 뿐이에요. 하지원 선배님의 눈을 보고 있으면 감정에 따라 눈빛이 달라지는 것이 보였는데, 그에 따라 제 감정과 눈빛도 바뀌는 것 같더라고요. 이를 테면 추상아가 ‘나랑 잘될 거로 생각했어?’라고 하는데, 그에 따른 눈빛에 동화되면서 연기해 나갔던 것 같아요. 결국 선배님께서 해당 장면을 만들어주신 거죠. 제가 뭘 더 하지 않아도 추상아의 눈빛을 통해 ‘나(재상)를 이용하려는 거네’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고, 덕분에 저도 함께 눈빛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었어요.”
특히 하지원에 대해 “너무 프로패셔널하고 멋진 선배님”이라고 강조한 이가섭은 “언제 다시 뵐지는 모르겠는데 뵙게 된다면 ‘클라이맥’스 촬영 때 감사하다고 꼭 말하고 싶다”고 말하며 슬며시 미소지었다.
‘클라이맥스’의 또 다른 주연배우 주지훈과는 드라마 ‘지리산’이후 약 5년 만에 재회다. “주지훈 선배님은 마냥 좋았다. 어린아이 마냥 선배님이 좋았다”고 호흡을 맞췄던 후기를 전했다.
“‘지리산’ 이후에 만난 거다보니 이번에는 더 잘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주지훈 선배님 역시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죠. 프로패셔널하시고 멋있는 선배님이세요. 배우 이가섭으로서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웃음) 모든 호흡들이 좋은 경험으로 남았어요. 앞서 말한 하지원 선배님이나 주지훈 선배님 외에도, 선배들과 함께 촬영하면서 배워나가는 것도 있었고, 에너지를 받아서, 저만의 에너지를 내보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모두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첫사랑’이지만, 박재상에게 첫사랑은 ‘파멸’이었다. 이와 같은 박재상의 첫 사랑에 “잘못된 것은 잘몼됐지만, 그에게는 그조차 사랑이었다”고 정의했다.
“제가 생각하는 박재상은 본인만 모르는 순진함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박재상이 추상아가 아닌, 좋은 사랑을 만났다면, 인생의 스승을 만났다면 좋은 방향성으로 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모든 건 열려있는 거니까.”
드라마 ‘지리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S라인’ 등 이가섭이 연기해 왔던 인물들을 살펴보면 무겁고 또 어듭다. 이러한 인물상을 연이어 연기하는 것에 대해 “감독님께서 그런 부분들을 좋게 봐주시는 거 같다”고 말했다.
“밝은 인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는 해요.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 싶기도 하죠. 다양한 인물을 해보고 싶기는 하는데, 만약 또 이러한 배역이 들어온다면, 또 하기는 할 거 같아요. 특별히 하고 싶은 장르요? 모든 좋지만, 사극을 해도 잘할 자신은 있습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클라이맥스’를 통해 ‘이가섭이라는 배우가 어떻게 기억됐으면 좋겠는가’를 묻자 그는 “‘연기 나쁘지 않게 하네’라는 말을 말을 듣고 싶다”고 답했다.
“저라는 배우를 기억해 주세요 보다는, ‘연기 나쁘지 않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너무 확 튀거나 가라앉거나 하지 않았기를 바라요. 모든 것을 어우러져 봤을 때, 나쁘지 않네라는 말이 결국 제가 작품에 동화가 됐다는 말이니까요.”
[금빛나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