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없다.”
길버트 번즈(39·브라질)가 글러브를 내려놓았다. 긴 여정의 끝이었다.
번즈는 4월 19일(이하 한국시간) UFC 파이트 나이트 273 메인 이벤트에서 마이크 말롯에게 TKO 패했다.
번즈는 경기 직후 옥타곤에 글러브를 남겼다. 은퇴를 암시하는 상징적인 행동이었다.
현장에서 이 결정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번즈가 그 누구에게도 속내를 털어놓지 않았기 때문.
번즈는 담담했다.
미국 MMA 전문 매체 ‘MMA 정키’에 따르면, 번즈는 14년 커리어를 돌아보며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번즈는 “UFC 챔피언이라는 목표를 이루진 못했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
번즈는 “좋은 경기를 많이 치렀다. 타이틀전을 경험했고, 이 체급 최고의 선수들과 싸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번 경기 전 자신감도 컸고, 준비도 충분히 했다. 하지만, 실전에서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다. 상대가 조금 더 빠르고 강했다”고 했다.
이날 경기는 번즈에게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그는 이미 마음속 기준을 세워두고 있었다. 말롯을 넘지 못한다면 더는 싸우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
번즈는 “말롯을 존중한다. 훌륭한 선수다. 다만, 이 체급 최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솔직해지기로 했다. 내가 그를 이기지 못한다면 ‘여기까지’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번즈는 덧붙여 “이겼다면 계속 싸웠을 것이다. 콜비 코빙턴을 콜 아웃하고, 국제 파이트 위크에서 경기를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과는 냉정했다. 번즈는 자신의 기준을 지키며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번즈는 은퇴를 결정하면서도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패배 속에서 많은 걸 배웠고, 그 과정 자체가 의미 있었다는 게 번즈의 생각이다.
번즈는 “후회는 없다. 패배를 통해 정말 많은 걸 배웠다. 물론 조금씩 바꾸고 싶은 부분은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훌륭한 경험이었다. 성장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승리하면 모두가 기뻐한다. 패배는 괴롭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됐는지 돌아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여정이었다”고 했다.
번즈는 가족, 특히 자녀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했다.
번즈는 “아이들은 내가 매일 훈련하는 걸 지켜봤다. 재활, 스트레칭, 필라테스, 아이스 배스까지 모든 과정을 봤다. 나는 아이들이 학교 가기 전까지도 훈련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가 항상 따라오진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과정을 보지 않았느냐’고 말해줄 수 있다. 나는 모든 걸 다했다. 그게 중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번즈는 현실을 인정했다. ‘노력과 결과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번즈는 “가끔은 모든 걸 제대로 해도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다. 그게 인생이다. 그 순간 상대가 더 나았을 뿐”이라고 했다.
번즈는 그렇게 커리어를 내려놓았다. 화려한 끝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치열했던 시간이었다.
번즈는 ‘그 사실 하나로 충분하다’고 했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