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은 환희로 가득 찼다. SK슈가글라이더즈가 신한 SOL Bank 25-26 핸드볼 H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삼척시청을 30-25로 꺾고,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우승으로 SK는 여자부 최초의 ‘통합 3연패’와 ‘정규리그 전승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동시에 수립하며 명실상부한 ‘SK 왕조’의 탄생을 알렸다.
우승 직후 만난 김경진 감독과 주역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그 과정 뒤에 숨겨진 치열한 고민과 끈끈한 신뢰를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김경진 감독은 가장 먼저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 감독은 “여자 팀 중 최초인 통합 3연패를 우리 선수들이 해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사실 개막 전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은퇴로 불안한 마음도 컸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선수끼리의 믿음이 단단해지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시즌을 되짚었다.
특히 이번 챔피언 결정전은 1차전 패배를 딛고 일어선 역전극이었기에 더 극적이었다. 김 감독은 1차전의 포지션 변화 실패를 인정하며 “2, 3차전에서는 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원래 역할을 부여했다. 강경민과 최지혜가 제자리에서 제 몫을 다해주며 경기가 풀리기 시작했다”고 승부의 분수령을 설명했다.
3차전 후반전 반전의 주역은 단연 강경민이었다. 전반전 삼척시청의 압박에 고전하면서도 강경민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강경민은 “1차전 때의 경험 덕분에 전반에 두세 골 차로 뒤져도 후반에 우리 장점인 속공으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 자신감의 바탕에는 피벗 강은혜와의 찰떡궁합이 있었다. 하프타임에도 끊임없이 대화하며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공유한 두 선수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약속된 플레이를 터뜨리며 전세를 뒤집었다.
18골, 도움 4개로 챔피언 결정전 MVP를 차지한 강은혜는 “1차전에 아무것도 못 하고 허무하게 졌기 때문에 어떻게 불든 최대한 몸싸움을 해 스리백 선수들에게 찬스를 주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며, 유니폼이 찢어질 정도의 거친 몸싸움을 견뎌낸 헌신적인 태도를 보였다.
수문장 박조은의 선방 쇼도 빼놓을 수 없다. 박조은은 고비 때마다 상대의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내며 삼척시청의 기를 꺾었다. 특히 1차전에서 고전했던 윙 공격 루트를 완벽히 분석해 나온 것이 주효했다.
박조은은 “1차전 실점 이후 상대 슈팅 코스를 연구했던 것이 잘 맞아떨어졌다. 2차전 마지막 골을 막았을 땐 정말 ‘인생 경기’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어 보였다.
경기 중 벤치 동료들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며 활기찬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상대방의 기를 죽여야 한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다”며, 실력뿐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긴 승부사의 면모를 드러냈다.
SK슈가글라이더즈의 이번 우승은 단순한 승리를 넘어 팀 전체의 성장을 증명했다. 김경진 감독은 특히 강은혜의 발전을 높게 평가하며 “이제는 본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자연스럽게 플레이하는 노련함이 생겼다”고 칭찬했다.
정규리그 21경기 전승에 이은 통합 우승 3연패. 불가능해 보였던 기록을 달성한 SK슈가글라이더즈는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선수끼리의 믿음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는 그들의 말처럼, 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친 SK 왕조의 집권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한국핸드볼연맹>
[김용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