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자 핸드볼의 신흥 강호 MT 멜중겐(MT Melsungen)이 폭발적인 후반전 화력과 수문장 네보이샤 시미치(Nebojša Simić)의 선방 쇼를 앞세워 대회 2연속 우승을 노리던 ‘디펜딩 챔피언’ SG 플렌스부르크(SG Flensburg-Handewitt)를 대파하고 사상 첫 국제 대회 결승 무대에 진출했다.
멜중겐은 지난 5월 30일(현지 시간) 독일 함부르크의 Barclays Arena에서 열린 2025/26 EHF 남자 핸드볼 유러피언리그 준결승에서 플렌스부르크를 37-30(전반 15-14)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멜중겐은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출전한 유럽 대항전 파이널 토너먼트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아울러 지난해 이 대회 준결승에서 플렌스부르크와 연장 혈투 끝에 34-35, 1골 차로 패해 3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던 아픔을 완벽히 되갚아 주었다.
경기 초반 플렌스부르크가 4차례 연속 공격 기회를 놓치며 주춤한 사이, 멜중겐이 주도권을 잡았다. 특히 플렌스부르크 출신인 아론 멘싱(Aaron Mensing)이 친정 팀의 골망을 연이어 흔들며 8-4로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플렌스부르크의 반격도 매서웠다. 지난 시즌 파이널 MVP였던 골키퍼 케빈 묄러(Kevin Møller)를 투입하며 분위기를 바꾼 플렌스부르크는 전반 26분 큰 변수를 맞이했다. 멜중겐의 윙어 다비드 만디치(David Mandić)가 거친 파울로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어진 7m 드로우를 플렌스부르크가 성공시키며 스코어는 14-14 동점이 됐고, 멜중겐이 막판 한 골을 더 보태며 전반은 15-14로 아슬아슬하게 끝났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로베르토 파론도(Roberto Parrondo) 감독이 이끄는 멜중겐의 전술적 준비가 빛을 발했다. 멜중겐은 플렌스부르크의 수비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팀 내 최장신 장성 다이니스 크리스토판스(Dainis Kristopans)의 고공 폭격과 최단신 플레이메이커 에릭 발렌시아가(Erik Balenciaga)의 한 박자 빠른 돌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후반 40분 24-20으로 다시 달아났다.
승부의 분수령은 골문 앞에서 갈렸다. 이번 시즌 유러피언리그 14경기에서 평균 36골을 퍼붓던 플렌스부르크의 막강 화력은 후반 들어 멜중겐의 단단한 수비벽에 막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여기에 멜중겐의 골키퍼 네보이샤 시미치가 해결사로 나섰다.
시미치는 단 몇 분 사이에 플렌스부르크의 전담 슈터 에밀 야콥센(Emil Jakobsen)의 7m 드로우를 두 차례나 연속으로 막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수문장의 슈퍼 세이브에 힘입은 멜중겐은 후반 45분 29-22, 7점 차까지 점수를 벌리며 차이를 확고히 했다. 경기 종료 8분을 남겨두고 티모 카스테닝(Timo Kastening)이 33-26을 만드는 쐐기 골을 터뜨리면서 플렌스부르크의 추격 의지는 완전히 꺾였다. 최종 스코어 37-30으로 대승을 거둔 멜중겐 선수들은 사상 첫 결승행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동안 독일 컵대회(DHB-Pokal) 결승에 세 차례(2021, 2024, 2025년)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치며 무관의 아쉬움을 삼켰던 멜중겐은 결승전에서 구단 역사상 최초의 메이저 대회(국내 및 국제 대회 통틀어) 우승 트로피에 도전한다.
멜중겐의 로베르토 파론도 감독은 유럽핸드볼연맹과의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이런 파이널 토너먼트는 환상적인 축제겠지만, 감독인 나에게는 전혀 좋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결승전을 준비할 시간이 24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이 정말 싫다. 지금은 우선 잠을 자고, 오늘 거둔 위대한 승리를 잠시 즐긴 뒤 내일 결승전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플렌스부르크 골키퍼 벤야민 부리치는 “지난 두 차례의 유러피언리그 파이널에서는 우리가 완벽했지만, 오늘 경기는 정말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이번 시즌을 통틀어 최악의 경기 중 하나였다. 우리도 치열하게 싸우려 노력했으나 멜중겐이 훨씬 영리하게 경기를 풀었고, 상대 골키퍼의 컨디션도 완벽한 날이었다. 그들의 승리는 충분히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용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