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막을 올린 신한 SOL Bank 25-26 핸드볼 H리그 여자부 경기가 지난 5월 4일 SK슈가글라이더즈의 통합 3연패 달성과 함께 4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시즌 여자부에서 가장 눈부신 스토리를 쓴 팀을 꼽으라면 단연 ‘아름다운 도약’을 이뤄낸 대구광역시청이다.
대구광역시청은 최종 성적 7승 3무 11패(승점 17점)로 6위를 기록, 수치 이상의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리그의 확실한 ‘다크호스’이자 무서운 ‘고춧가루 부대’로 우뚝 섰다.
H리그 출범 첫해였던 2023-2024시즌, 대구광역시청은 21전 전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깊은 암흑기를 거쳤다. 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이듬해인 24-25시즌 3승을 거두며 반등의 불씨를 지폈고, 이번 25-26시즌에는 무려 7승을 쓸어 담으며 리그 성적을 수직 상승시켰다.
물론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개막 직후 4연패를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서울시청과의 경기에서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하며 첫 승점을 따내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흐름을 탄 대구광역시청은 인천광역시청과 부산시설공단을 연달아 격파하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어 가파른 상승세를 탄 2라운드에서는 3승 1무 3패로 정확히 50%의 승률을 기록, 다크호스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상위권인 경남개발공사까지 잡아내며 치열한 5위 경쟁에 본격적으로 명함을 내밀었다.
이번 시즌 대구광역시청의 가장 큰 수확은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춘 조직력이 빛을 발하며 모든 포지션에서 고른 활약이 터져 나왔다는 점이다. 특히 공격 지표에서는 8개 구단 중 부문별 1위를 3개나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중심에는 ‘확실한 주포’들이 있었다. 신인왕 출신 라이트백(RB) 정지인의 해결사 본능이 불을 뿜으며 중거리 슛 부문 리그 1위(137골)를 차지했고, 저돌적인 플레이가 일품인 노희경(센터백)의 활약으로 돌파 득점 역시 리그 1위(62골)에 올랐다. 여기에 이번 시즌 눈부신 급성장을 이뤄낸 이원정(레프트윙)의 도약에 힘입어 윙 득점마저 리그 1위(72골)를 거머쥐었다. 어떤 강팀과 붙어도 대등하게 맞받아칠 수 있는 강력한 창을 장착한 셈이다.
대구광역시청은 이원정이 120골, 정지인이 111골, 노희경이 97골, 김예진이 72골, 지은혜가 63골, 이예윤이 42골 등 고른 활약을 보였다.
명확한 강점만큼이나 보완해야 할 과제도 뚜렷하게 남겼다. 대구광역시청은 화끈한 공격력에 비해 팀의 핵심 수비 전술인 ‘벌떼 수비’ 과정에서 실점이 더 많았고, 기록 면에서도 극과 극을 달렸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피벗 플레이였다. 6m 득점이 140골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가뜩이나 피벗 라인이 약한 상황에서 팀의 터줏대감인 허수림마저 시즌 중반 부상으로 이탈하며 6m 포지션에서의 공격 전개가 더 얼어붙었다.
아울러 도움 개수가 266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었는데, 이는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보다는 주전 선수들의 뛰어난 개인 능력과 돌파에 의존했다는 방증이다. 앞서 언급한 주전 6인방은 고른 활약을 펼쳤지만, 이들을 받쳐줄 벤치 멤버들의 부진이 이어지며 체력적 한계에 부딪혔다.
이러한 약점들은 결국 가장 중요했던 3라운드 고비에서 뒷심 부족으로 이어졌다. 선두 SK슈가글라이더즈와 1골 차 명승부 끝에 아쉽게 패했고, 이어 5위 자리를 두고 다투던 서울시청과의 단두대 매치에서도 또 한 번 1골 차로 석패하며 최종 6위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비록 한 끗 차이로 5위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시즌 대구광역시청이 코트 위에서 보여준 투지와 경기력은 핸드볼 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후반전마다 보여준 매서운 뒷심은 리그 내 그 어떤 강팀도 대구를 만났을 때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다.
21전 전패의 아픔을 딛고 리그를 뒤흔드는 도깨비 팀으로 완벽하게 변모한 대구광역시청. 단점인 얇은 선수층과 피벗 포지션을 보완한다면 차기 시즌에는 단순한 다크호스를 넘어 포스트시즌을 위협할 강력한 후보로 성장할 가능성을 충분히 증명했다. 팬들에게 ‘다음 경기가 궁금하고 기다려지는 팀’으로 각인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대구광역시청의 이번 시즌은 의미가 있었다.
<사진 제공=한국핸드볼연맹>
[김용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