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는 전날 점심 때 왔는데, 우리는 16시간도 못 받아” 서러움 폭발한 이란 감독 [WC현장]

이번 북중미 월드컵 가장 주목받고 있으며 동시에 가장 탄압받고 있는 팀, 이란이 두 번째 경기를 준비한다.

아미르 갈레노에이 이란 대표팀 감독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의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 하루 뒤 같은 장소에서 있을 벨기에와 조별예선 G조 두 번째 경기에 임하는 소감을 전했다.

‘소감을 전했다’보다는 ‘신세 한탄’을 하는 자리였다. 지난 2월 미국과 군사적 대립이 시작된 이후 월드컵 출전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던 이들은 결국 대회에 참가했지만, 미국이 아닌 멕시코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경기 때만 미국을 방문하는 기형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아미르 갈레노에이 이란 감독이 기자회견을 앞두고 동시 통역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美 잉글우드)= 김재호 특파원

갈레노에이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기 전 최소 24시간의 여유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는 16시간도 채 주어지지 않아 훈련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야 했고, 이는 우리에게 또다시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경기 준비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호소했다.

그는 “FIFA와 잔니 인판티노 회장이 고충을 덜어주려고 노력하고 계시는 점은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번 경기에서는 문제가 더 커졌다. 16시간 안에 훈련을 소화해야 했고, 제대로 된 훈련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경기 전 준비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보다시피 상대 벨기에는 어제 정오에 도착했다. 경기 이틀전 도착해 이틀 밤을 보내며 충분한 준비와 훈련을 마쳤다. 반면 우리오늘 훈련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며 상대와 동등한 조건에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축구가 윤리, 인간애, 지식, 그리고 축구의 즐거움이 우선시되는 장이 되기를 바라지만, 이번에 겪은 상황은 그런 가치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입국 과정에서 보여준 친절함, 신속한 일처리는 감사드린다. 그러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내 생각에 이번 경기는 지난 경기보다 더 힘든 상황이다. 지난번에는 최소 24시간의 여유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훈련 시간이 18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 대표팀이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에 있는 디그니티 헬스 스포츠 파크에서 훈련을 갖고 있다. 사진(美 카슨)= 김재호 특파원

이란은 제대로 된 현지 적응 시간조차 갖지 못하고 대회에 참가했고, 축구협회장을 비롯한 협회 관계자, 취재진이 비자를 받지 못해 대표팀과 동행하지 못했다. 갈레노에이는 “축구협회장은 팀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라며 협회장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뒤 “이런 처사는 축구의 인간미와 윤리, 그리고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월드컵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행동들은 우리 나라가 얼마나 억압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부디 세상이 평화롭고 차분해져서 다음 월드컵에서는 이런 행동이 반복되지 않기를, 그리고 이번 일이 다음 월드컵을 위한 반면교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FIFA는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중이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못하고 있다.

갈레노에이는 한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어제 정오쯤 전화가 와서 ‘2시간 뒤에 출발하는 비행편을 마련할 수 있는데 준비됐는가?’라고 묻더라. 반가운 제안이었고 우리는 수락했다. 그러나 오후 7시가 다 되어서는 안 된다는 연락이 왔다. 당초 합의한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이는 기술적인 부분에만 집중해야 할 감독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 처사”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첫 경기에서 뉴질랜드와 비긴 이란은 2차전에서 벨기에를 상대한다. 사진= Getty Images/AFP= 연합뉴스 제공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애틀에서 열리는 조별예선 최종전 이집트와 경기는 이틀 일찍, 적어도 하루 전에는 이동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는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왜 앞선 두 경기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란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는 “두 가지에 집중했다. 하나는 정신적인 자세와 동기 부여를 다지는 것, 다른 하나는 경기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분석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라며 내일 경기에 대한 준비 내용을 설명했다.

“벨기에는 거대한 팀이고 존경받는 팀”이라며 말을 이은 그는 “최상위권 팀을 상대하지만, 축구는 주심이 휘슬을 불어야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계획이 있고, 선수들이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지시한 전술을 잘 수행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잉글우드(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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