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러 온 게 아니니까 괜찮아” 이란 미드필더 에자톨라히가 말하는 ‘호텔콕’ 생활 [WC 현장인터뷰]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가장 억압받는 팀” 이란, 대표팀 미드필더 사에드 에자톨라히(29), 그는 다른 팀과 뭔가 다른 월드컵 경험에 관해 말했다.

에자톨라히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에 있는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에 이란 선수단을 대표해 참석, 하루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벨기에와 G조 예선 2차전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미국과 군사적 대립 속에 이번 대회 참가한 이란은 베이스캠프는 멕시코에 있고, 경기가 있을 때마다 제한된 시간 동안 미국에 머무는 고된 일정을 소화중이다.

이란 대표팀 미드필더 사에드 에자톨레히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美 잉글우드)= 김재호 특파원
이란 대표팀 미드필더 사에드 에자톨레히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美 잉글우드)= 김재호 특파원

다른 팀들이 일찌감치 개최지에 합류, 대회 준비 과정에서 축구 이외에 다양한 활동을 하며 즐기는 사이, 이란 대표팀은 정치적 여건으로 인해 제한된 일정 속에 호텔과 경기장만 오가는 답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에자톨라히는 이런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우리는 축구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이 대회에 참가했다”며 말문을 연 그는 “단순히 즐기거나 재미를 찾으려고 온 것이 아니다. 이것이 얼마나 큰 기회이자 중요한 대회인지 잘 알고 있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호텔콕’ 생활이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호텔에서 선수들이 함께할 때면 표정이 밝아진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호텔 내에서 다양한 게임이나 활동이 마련됐다. 훈련만 계속하다 보면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피로가 쌓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풀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는 “이곳의 상황이 다른 팀들과는 다르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른 팀들은 경기할 국가에 머물며 훈련지와 숙소를 명확히 정하고 그에 맞춰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반면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이번 대회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가족들이 경기를 지켜봐 주기를 바랐겠지만, 그런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란 선수단이 21일(한국시간) 디그니티 헬스 스포츠 파크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美 카슨)= 김재호 특파원
이란 선수단이 21일(한국시간) 디그니티 헬스 스포츠 파크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美 카슨)= 김재호 특파원

이어 “우리는 해당 국가의 법규를 항상 존중하며, 그와 관련해 어떤 문제도 없다. 하지만 대회 기간 중 필요한 실무를 담당해야 할 핵심 인력들이 우리와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팀 매니저, 미디어 담당관, 협회장 등 여러 관계자들이 비자 문제로 대표팀과 동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 입국 과정에서 모든 절차가 훌륭했고,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모든 과정이 신속하게 진행된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 다만 다음 경기 때는 우리 팀이 마땅히 누려야 할 대우를 받기를, 즉 FIFA에 등록된 모든 팀 구성원이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베이스캠프인 티후아나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 모두 티후아나라는 도시의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첫날부터 가족처럼 우리를 환영하고 지지해 주신 분들을 정말 좋아한다. 그분들께 깊은 감사를 표하며, 새로운 지인과 친구들을 만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멕시코 국민 여러분이 축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우리를 마치 이란 국민들이 대해주듯 대해주시는 점도 기쁘다. 훈련을 위해 버스를 타고 도시를 이동할 때면 축구와 월드컵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며 티후아나 시민, 그리고 티후아나 구단에 감사를 전했다.

에자톨레히는 대표팀 전체의 풍부한 경험을 큰 무기로 꼽았다. 사진= Getty Images/AFP = 연합뉴스 제공
에자톨레히는 대표팀 전체의 풍부한 경험을 큰 무기로 꼽았다. 사진= Getty Images/AFP = 연합뉴스 제공

어려운 상황에서 대회에 참가하지만, 이란은 절력이 있는 팀이다. 2018 월드컵 때부터 함께한 선수들이 7명이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지난 2015년부터 이란 대표팀에서 활약한 그는 “우리 팀은 경험 많은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코칭 스태프의 분석과 선수들을 위해 준비한 훈련 과정을 고려할 때, 특히 지난 며칠간 우리 모두가 쏟은 노력은 대단했다. 우리는 우리가 상대할 팀이 얼마나 훌륭한 팀인지 잘 알고 있지만, 우리 또한 이란이다. 우리에게도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훌륭한 선수들이 있다. 치열했던 경기들을 통해 우리가 결코 약한 팀이 아님을 증명해 보였고, 모든 이란 국민을 자랑스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잉글우드(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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