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토크 예능의 위기론을 비웃듯, ‘국민 MC’ 유재석이 이름값을 묵직하게 증명했다.
6년 만에 부활한 KBS 2TV ‘해피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이하 해투)가 첫 방송부터 4.8%를 기록하며 올해 방영된 KBS 예능 중 최고 성적을 냈다.
스페셜 MC로 나선 이효리와의 쉴 새 없는 티키타카는 이내 출연진의 진솔한 눈물바다로 이어졌다. 유튜브의 자극적인 파상공세 속에서 고사해 가던 레거시 미디어 토크쇼가 어떻게 단 1회 만에 시청자를 사로잡았을까.
그 바탕에는 유재석이 설계한 영리하고도 뚝심 있는 ‘정공법’이 있다.
최근 토크 예능의 주도권은 술을 들이켜며 필터링 없이 사생활을 폭로하는 유튜브 ‘매운맛’ 토크쇼로 넘어갔다. 하지만 매주 반복되는 가십과 사생활 팔이 속에 대중의 피로감 역시 소리 없이 임계점에 달하고 있었다.
새로워진 ‘해투’는 이 헛헛한 이면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술잔 대신 차 한 잔을 두고 ‘인간 대 인간의 관계성’에 집중했다. “혼자가 아니어서 좋아”라는 부제처럼, 팍팍한 사회 속에서 현대인들이 외로움을 극복하고 서로를 지탱하는 서사를 끌어냈다. 지상파 고유의 ‘따뜻한 순한 맛’이 역설적이게도 가장 신선한 무기가 된 셈이다.
과거 2000년대 예능 황금기를 이끈 두 사람의 투샷은 3040에게 엄청난 향수와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단순한 추억 팔이에 머물지 않았다.
서로의 눈부신 전성기를 지나 인생의 중반기를 묵묵히 걷는 동료로서, 늘어가는 주름과 삶의 궤적을 인정하며 나누는 담백한 위로는 1020 젊은 시청자층까지 흡수하는 묵직한 밀도를 지니고 있었다.
‘해투’의 첫방 대박은 벼랑 끝에 몰려있던 지상파 예능국 전체에 희망의 시그널을 던진다. 막대한 자본이나 자극적인 세팅 없이, 오직 스튜디오 안 ‘공감의 깊이’만으로 시청자를 TV 앞에 앉힐 수 있음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물론 매주 이어질 게스트의 서사를 식상하지 않게 풀어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그럼에도 타인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이고 온전한 위로를 건네받는 ‘진짜 토크쇼’의 귀환은 대단히 반갑다. 국민 MC 유재석이 뚝심 있게 던진 이 영리한 정공법이 올 하반기 예능 판도를 어떻게 뒤흔들지 기대가 모인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