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 두 달 안 남았는데…” ‘하얀거탑’ 거장 안판석 PD 별세, ‘투병 몰랐던’ 김명민 등 동료들 애도

한국 드라마의 숨결을 빚어내던 거장 안판석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새 드라마 방영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전해진 황망한 비보에 방송가는 짙은 슬픔에 잠겼다.

12일 오후, 안 감독이 향년 65세로 별세했다. 측근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 폐암 진단을 받고 남몰래 투병하던 중 뇌출혈까지 겹치며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은 고인과 조용히 작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장례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 드라마의 숨결을 빚어내던 거장 안판석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사진=MK스포츠 DB

“그때 연락 한 번 못 드린 건…” 김명민의 뜨거운 눈물과 동료들의 애도

비보를 접한 연예계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의 이름을 한국 드라마계에 강렬하게 각인시킨 2007년 최고작 MBC ‘하얀거탑’의 주역, 배우 김명민은 끝내 통한의 눈물을 쏟았다.

김명민은 12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저에겐 너무나 컸던 존재”라며 “항상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작품을 준비하셨기에 잘 지내고 계신 줄로만 알았다. 감독님이 투병하셨다는 자체가 상상이 안 간다”며 미리 연락드리지 못한 회한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하얀거탑’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고인을 향한 깊은 존경을 표했다. 김명민은 “다시 언젠가 같이 작품을 할 줄 알았다”며 목메어 했다. 이어 “어떤 디렉션이나 해석이 다른 부분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보다, 배우의 표현을 전적으로 존중해주셨다. 온전히 인물에 집중할 수 있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시던 분”이라며 슛이 들어가면 디테일함을 냉철하게 고민하면서도 카메라 밖에서는 한없이 따뜻했던 거장의 진짜 얼굴을 기렸다.

사진=MBC

고인과 1987년 MBC 입사 동기인 백지연 전 아나운서 역시 깊은 애도를 표했다. 그는 자신의 개인 계정에 고인의 사진을 게재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히 쉬세요. 멋진 감독이었고 참 좋은 친구였습니다”라며 40년 지기 벗을 잃은 먹먹한 심경을 전했다.

이 외에도 안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배우들과 제작진의 애도가 SNS 상에서 이어지고 있다.

유작 ‘연애박사’ 10월 첫방 앞두고… 애통한 작별

가장 안타까운 대목은 그의 유작이 된 ENA 새 월화드라마 ‘연애박사’의 방송이 목전이었다는 점이다. 오는 10월 5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던 이 12부작 드라마는 병으로 한 쪽 다리를 잃은 박사 과정생 민재(추영우 분)와 진로를 잃고 방황하는 석사 과정생 유진(김소현 분)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안 감독은 투병 중이던 지난 2월 말, 혼신의 힘을 다해 이미 ‘연애박사’의 촬영을 모두 마친 상태였다. 특히 올해 1월 한 인터뷰를 통해 “11화까지 개연성이 완벽하게 지켜진다”며 대본에 대한 강한 확신을 드러냈고, 주연 배우들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현장을 지켰기에 대중의 애통함이 더욱 크다.

한국 드라마의 숨결을 빚어내던 거장 안판석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사진=MK스포츠 DB

‘하얀거탑’부터 ‘밀회’, ‘졸업’까지… 40년 연출 장인이 남긴 위대한 유산

1987년 MBC 입사 이래 약 40년. 안 감독은 ‘하얀거탑’,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졸업’에 이르기까지 자극적인 막장 서사 대신 인물의 미세한 감정과 현실적인 대화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의사들의 권력 암투부터 20살 차이의 파격적인 사랑, 팍팍한 삶 속 평범한 남녀의 일상적 연애, 대치동 학원가의 씁쓸한 이면까지 그의 카메라는 늘 ‘사람의 진짜 민낯’을 향해 있었다.

무한한 신뢰로 배우의 가장 완벽한 연기를 이끌어내고, 시청자에게는 문학적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던 ‘현실주의 연출 장인’ 안판석. 비록 거장의 메가폰은 여기서 멈췄지만, 그가 40년간 남긴 묵직한 발자취와 오는 10월 우리 곁을 찾을 마지막 선물 ‘연애박사’는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명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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