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사구의 충격을 털고 타석에 돌아온 이정후, 토니 바이텔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은 그의 ‘짧고 굵었던’ 활약을 칭찬했다.
바이텔로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경기를 6-1로 이긴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그는 가장 먼저 “일종의 카르마, 혹은 ‘야구의 신’같은 존재가 작용한 게 아닐까 싶다. 마지막 이닝은 그전까지 치른 모든 이닝과 경기 전 마음가짐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전날 신시내티 레즈에 9회초 6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10으로 졌던 샌프란시스코는 이전까지 상대 전적 1승 7패로 밀렸던 애리조나를 상대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며 반등에 성공했다.
바이텔로는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 상황, 그리고 이번 시즌 우리가 어려움을 겪었던 ‘적절한 반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오늘 상대한 팀은 훌륭한 팀이고, 이전 맞대결에서 우리보다 더 자신감 있게 경기를 풀어왔다. 이 모든 걸 종합해 볼 때, 이번 경기는 단연 손꼽힐 만한 경기였다. 경기 내용도 다채로워서 정말 재미있었다. 코치진도 선수들이 지난 24시간 동안 보여준 대처 방식에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7회까지 2-1로 아슬아슬하게 앞서갔던 샌프란시스코는 8회말 4점을 내며 숨통을 텄다. 특히 사구 여파로 선발 제외됐던 이정후가 8회 선두타자로 나와 10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고르며 공격의 시작을 알렸고 빅이닝으로 이어졌다.
바이텔로는 “정말 대단했다. 사실 경황이 좀 없었다. 모자를 거꾸로 쓰고 있을 정도였다. 솔직히 나는 1회부터 9회까지 고르게 화가 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오늘 관중 열기는 정말 대단했다. 시즌 중반이라는 시점을 고려할 때, 그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관중들이 경기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그 열기가 팀 전체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줬다”며 4만 120명의 만원 관중의 열기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후가 끈질기게 승부해 출루했다는 점도 컸다. 관중 함성 때문에 잘 안 들렸을 수도 있지만,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도 그렇게 끈질긴 승부의 타석이 나오면 마치 치어리더처럼 열광하게 된다. 종합해보면, 그 장면은 이닝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마치 다이너마이트 같은 타석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의 존재감, 승부 방식 자체가 선수단 전체 분위기를 확실히 끌어올렸다. 여기에 출루까지 해냈다. 어쩌면 그게 승부를 결정지은 요인이었을지도 모른다. (한 점 차였다면) 상대도 9회에 총력을 다해 반격했을 것”이라며 그 장면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했다.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크리스티안 코스는 “팬들은 항상 에너지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 팀의 에너지가 전적으로 거기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코스는 이어 “이정후가 정말 훌륭한 타석을 보여줬다. 끈질기게 승부해 볼넷을 얻었다. 팀 차원에서 그런 플레이를 하면 그 흐름이 다른 타자들에게도 이어지는 게 보인다. 덕분에 성공적인 이닝을 만들 수 있었다”며 동료의 활약을 호평했다.
5회 공격적인 주루로 1-1 균형을 깨는 득점을 냈던 그는 “힘든 패배를 딛고 일어나 우리에게 여전히 투지가 남아 있음을 증명하는 모습이었다. 1회부터 드류 길버트가 분위기를 살려줬다. 팀으로서 오늘 정말 집중해서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경기 내내 그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경기 내용을 돌아봤다.
이날 투수진도 활약했다. 선발 랜든 루프는 5이닝 4피안타 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루프는 “훨씬 나아졌다. 한 단계 더 발전한 느낌이다. 투구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볼넷을 적게 내주면서 경기를 잘 풀어갔다. 4회에 상황이 좀 흔들리긴 했지만, 잘 수습해서 1실점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며 투구 내용을 자평했다.
이어 “투구 폼을 많이 다듬고 세세한 부분을 조정하려고 노력중이다. 오늘 그 과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무게 중심을 뒤쪽에 유지하려고 노력중이다. 몸이 너무 빨리 열리는 경향이 있어서 밸런스가 무너졌다. 오늘은 그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불펜도 4이닝 무실점으로 반등했다. 바이텔로는 “투수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점수판을 의식하거나 지난 경기를 곱씹어볼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공을 잡고 눈앞의 상황에 집중하며 정면으로 승부할 수도 있다. 8회 카슨 시모어가 허용한 볼넷도 치열한 승부의 결과였다. 트렌트 해리스가 보여준 자신감 넘치는 투구는 분위기를 주도하는 힘이 됐다. 라이언 워커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한 점 차 승부라면 공격적인 투구가 화를 부를 수도 있지만, 점수 차가 있는 상황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며 불펜진의 활약을 칭찬했다.
6회 등판,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해리스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다들 알고 있다. 그냥 오늘 경기 집중할 준비를 하고 나왔다. 우리는 계속해서 뭉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선수들이 많지만, 하나로 뭉치려고 했다. 누군가 힘든 상황을 겪으면 서로를 다독이고 일으켜 세우려고 노력한다”며 불펜진의 노력에 대해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