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공도 잘 쳐내는, 상대하기 힘든 타자” ‘KBO 역수출 상징’이 말하는 이정후와 승부 [현장인터뷰]

한국에서부터 이어졌던 승부가 태평양을 건너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우완 선발 메릴 켈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와 승부를 즐기고 있다.

켈리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원정경기 등판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이날 자신의 등판(7이닝 2피홈런 4볼넷 7탈삼진 무실점)을 돌아봤다.

상대 선발 맷 윌킨슨과 6회까지 투수전을 벌였던 그는 “전통적인 투수전을 즐기고 있다. 재밌다”며 투수전을 즐겼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이날 2안타 1타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사진= AP= 연합뉴스 제공

팀의 7-1 승리로 시즌 9승째를 챙긴 그는 “선발 투수로서 이닝 사이 휴식 시간이 때로는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컨디션이 좋을 때는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좋다. 상대 투수와 이닝을 주고받으며 경쟁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상대가 계속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걸 보면, 나도 똑같이 해내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다”며 투수전에 대해 말했다.

이날 투구 내용을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 중 하나”라 자평한 그는 4회 1사 1, 3루에서 나온 2루수 일데마로 바르가스의 홈 송구 장면을 “중요한 전환점”으로 지목했다.

“나도 깜짝 놀랐다. 타구가 느린 것을 보고 병살로 이어지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강하게 홈에 송구하는 것을 봤다. 예상하지 못했지만, 엄청난 플레이였다. 그렇게 첫 실점을 막는 것이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4회 위기 상황은 이정후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면서 나왔다. 켈리는 이전에도 빅리그에서 이정후를 상대해 6타수 3피안타로 고전했는데 이날도 세 차례 승부에서 안타와 볼넷을 한 개씩 허용했다. 1회 중견수 라인드라이브 아웃도 강한 타구였다.

켈리는 이날 7이닝 무실점 호투했다. 사진= Robert Edwards-Imagn Images= 연합뉴스 제공

2015년부터 4년간 KBO리그 SK와이번스에서 뛰며 이정후를 상대 선수로 만났던 그는 매치업에 대한 생각을 묻자 웃으면서 “상대하기 힘든 선수”라고 답했다. “한국에서도 항상 까다롭게 상대했던 선수다. 뛰어난 컨택 능력을 갖춘 선수다. 스트라이크존을 아주 잘 공략하고, 나쁜 공을 쳐내는 능력도 탁월하다”며 상대에 대해 칭찬했다.

이날 승부에 대해서도 “스트라이크존 상단 안쪽, 몸쪽 높게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그걸 잘 눌러 쳐서 훌륭한 스윙을 만들었다. 그와는 항상 좋은 승부가 되는 거 같다. 그와 상대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고 평했다.

‘승부를 즐긴다’고 했지만, 이런 타자를 위기 상황에서 마주하고 싶지는 않을 터. 그는 “확실히 득점권에 주자가 있는 상황보다는 주자가 없을 때 승부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며 웃었다.

애리조나는 이날 승리로 73승 64패를 기록,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반게임 차로 밀어내고 와일드카드 3위에 올랐다. 남은 시즌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켈리는 4회초 실점을 막은 2루수 바르가스의 수비를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지목했다. 사진= Robert Edwards-Imagn Images= 연합뉴스 제공

KBO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다시 미국 무대에 진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며 ‘역수출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그는 “나는 그저 내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중이다. 선발 투수의 임무는 결국 불펜 투수들에게 최대한 휴식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시즌 마지막 달로 접어드는 시점에 매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들 잘 알고 있다. 오늘은 팀원들에게 필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었다”며 선발의 책임감에 대해 말했다.

특히 이날은 더블헤더 첫 경기였다는 점에서 선발로서 책임감이 컸을 터. 그는 “특별히 다른 날과 다르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는 항상 6이닝을 기본 목표로 삼는다. 6이닝을 던지면 내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 이상은 보너스 같은 것이다. 모든 경기가 그렇듯, 더블헤더 여부와 상관없이 선발은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려고 노력하며 경기에 임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생각이 다른 선발 투수들의 생각을 전부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생각을 전했다.

1차전 등판에서 자기 역할을 다한 그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2차전을 지켜볼 수 있게됐다.

그는 남은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를 묻자 “그냥 잠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동료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물론 집에 가기엔 좀 애매한 시간이긴 하지만, 동료들과 어울리며 긴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부담 없이 남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고 답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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