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흐른 것은 노래만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그리고 그 인생을 지켜본 모든 이들의 시간이 함께 흘렀다.
12일과 13일, 부산 해운대구 소향씨어터 우리은행홀. 가수 김용필의 단독 콘서트 ‘뷰티풀 라이프’ 공연장은 김용필이 ‘낭만에 대하여’를 부르며 등장할 때부터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었다. 공연장 모두가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다.
첫 곡을 마친 김용필은 “‘화양연화’라는 말이 있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이다. 여러분은 어느 때가 ‘화양연화’였습니까.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순간이 비단 청춘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겨울이 끝이 아닙니다. 봄은 다시 옵니다”라며 콘서트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넌지시 던졌다.
이번 콘서트는 연극 ‘뷰티플 라이프’ 이야기와 김용필의 목소리가 결합한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다.
50여 년을 함께 산 노부부 춘식과 순옥의 이야기 속에서 펼쳐지는 젊은 날의 설렘, 다툼 뒤의 화해, 그리고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담담한 수긍까지. 그 서사 위에 김용필의 목소리가 실렸다. ‘그대 내 친구여’, ‘당신’, ‘건배’, ‘한잔의 추억’ 등 선배 가수들의 곡을 김용필은 자신만의 음색으로 바꾸었고, 그 안에는 선배들에 대한 존경과 함께 관객들의 삶을 섞었다.
절묘한 것은 극의 배경이었다. 부산. 김용필은 극 후반부터는 직접 연극에 끼어들어 흥을 더했다. 그리고 부산이 배경인 연극 안에서,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관객들에게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부산 갈매기’를 불러주며, 극장 안에 도시 전체의 기억을 소환했다.
배우 김원진과 김현지가 다양한 연기로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는 사이, 극은 어느 순간 노년에서 중년으로, 다시 청춘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따. 그리고 김용필의 목소리는 ‘낭만의 계절’, ‘하얀 바람’, ‘철없던 사랑’,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낭만연가’로 그 사이사이를 채웠다. 사랑을 시작하는 설렘과 사랑을 지켜온 세월의 무게가 노래마다 다르게 담겨 있었다.
공연의 마지막은 뜻밖에도 가장 뜨거웠다. 어쩌면 당연했다.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 순서대로 흘러간 콘서트의 마지막은 즐거움이었다. 김용필은 ‘오직 하나뿐인 그대’, ‘토요일은 밤이 좋아’, ‘Oh My Julia’로 이어지는 댄스 메들리를 선보였고, 객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었다. 조금 전까지 눈물짓던 사람들이 이번엔 웃으며 손뼉을 쳤다. 슬픔과 기쁨이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그 밤의 공연장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공연을 끝내면서 김용필은 “힘든 시간을 버텨야 기쁨과 환희가 찾아오는 걸 살면서 깨달았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기쁨이 있기에 인생은 아름답다“며 2시간 동안 자신을 인생을 돌아봤던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한편 김용필은 트로트 가수 장민호, 천록담, 나태주와 함께 특별한 추석 공연을 만들 예정이다.
이들은 오는 9월 25일부터 26일(현지시간) LA 인터컨티넨탈 다운타운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추석 가족 버라이어티 쇼 ‘놈놈놈쇼(NOM.NOM.NOM SHOW)’를 개최한다. ‘놈놈놈쇼(NOM.NOM.NOM SHOW)’는 기존 콘서트와 달리 노래와 토크, 웃음, 퍼포먼스를 하나로 엮은 가족형 버라이어티 쇼다.
[손진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