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황석조 기자] 승부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잠실은 들썩였고 팬들은 추억에 젖으며 환호했다. 성공적으로 2016 정규시즌을 마무리한 LG 트윈스가 각종 화제 속 의미 있는 최종전을 치렀다.
LG는 8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즌 최종전서 1-11로 패했다. 하지만 LG 입장서 경기결과는 애당초 큰 의미가 없었다. LG의 시선은 이틀 뒤 열릴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쏠렸기 때문. 물론 일찌감치 경기장을 가득 채워준 팬들에게 아무런 선물도 없이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그 여느 때보다 풍성하고 의미 있는 경기 안팎 이벤트가 팬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시구행사부터 기념비적이었다. LG 출신 레전드이자 현재는 2군 피칭아카데미에서 영건 투수들 육성에 힘쓰고 있는 이상훈 코치가 뜻 깊은 경기에 그 의미를 더했다. 현역시절 검객으로 명성을 떨친 노찬엽 육성군 코치가 함께 시타로 함께 나서며 팬들을 추억에 빠지게 만들었다.
시구에 나선 이 코치는 현역 때 모습이 떠오를 정도. 시구소개가 끝나기 무섭게 덕아웃서 마운드까지 힘껏 내달렸다. 선발로 나선 임찬규와 뜨거운 포옹을 펼쳤다. LG를 이끌었고 또 이끌어나갈 신구투수의 강렬했던 만남장면. 이어 이 코치는 공을 잡은 뒤 1루수 정성훈에게 견제구를 던지는 익살도 선보였다. 그가 던진 시구는 포수 미트로 빨려 들어갔고 이 코치는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어퍼컷 세레모니를 취하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시구를 마친 뒤에는 팬들에게 연신 답례인사를 했다.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현재 진행 형 LG 레전드가 의미를 남겼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적토마 9번 이병규가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팀 리빌딩 기조에 밀려 이번 시즌 단 한 번도 1군 무대 기회를 잡지 못했던 그는 순위가 확정되며 부담 없는 경기 상황이 되자 예상대로 콜업됐다.
당초 이날 경기 선발로 나설 것이 유력했던 이병규. 하지만 고령의 나이와 한 달간의 실전경기 공백이 무시하기 어려웠다.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해 결국 대타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경기에 앞서 LG는 현 피칭아카데미 원장이자 팀 레전드 투수였던 이상훈(사진)과 노찬엽의 시구 시타 시간을 가져 팬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LG가 0-5로 밀린 4회말 2사 1,2루 찬스. 두산은 보우덴-허준혁에 이어 에이스 니퍼트를 구원 등판시켰다. 그러자 LG 벤치와 1루 관중석이 들썩였다. 이병규가 지난해 10월6일 광주 KIA전 이후 368일 만에 대타로 1군 무대를 밟았다. 이병규는 올 시즌 KBO무대를 호령한 니퍼트를 상대로 2구를 통타해 유격수를 살짝 넘기는 안타를 신고했다. 2루 주자 7번 이병규가 홈에서 아웃당하며 타점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렇게 그의 짧았던 2016시즌 정규시즌은 막을 내렸다. 즉각 윤진호가 교체됐다. 관중들은 LG의 이병규를 연호했고 그 역시 팬들을 향해 감사인사를 전했다.
먼 길을 돌아온 것에 비해 무척이나 짧았던 적토마 이병규의 2016년 1군 시즌. 팬들의 기억 속에 남을 강렬한 인상만큼은 확실히 남겼다. 그렇지만 야생마와 함께 어우러진 추억의 여러 장면은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친 LG의 2016년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기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