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래 해마다 펼쳐진다. 최고를 향한 열전은 반복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같지 않다. 조금씩 다르다. 매년 환경, 인물, 기록 등 새로운 물결이 요동쳤다. ‘희로애락’의 순간도 뻔한 그림이 아니다. 그 신선했던 새 바람을 정리하면서 2016 KBO리그를 결산했다. 올 시즌 KBO리그는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릴 만큼 다양하고 신선한 경기장 내 화젯거리들이 있었다. 선수와 구단관계자, 팬들을 울고 웃긴 사상초유의 여러 이색적인 순간들을 꼽아봤다.
전통의 강호 삼성은 올해 사상초유의 9위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사진=MK스포츠 DB
노감독의 시즌은 괴롭고 또 힘들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동네북 신세로 전락하며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설상가상으로 김 감독은 건강이상을 호소하며 개막 초기인 4월14일 두산전에서 경기 도중 덕아웃을 비우고 병원에 다녀오기도 했다. 사상초유의 갑작스러운 일이라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이들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다음날 아무 일 없단 듯이 그라운드에 복귀해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삼성은 프로야구 판 대표적인 전통의 강호였다. 상위권을 벗어나는 일은 좀처럼 보기 드물었다. 지난해 역시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유지했다. 그런 삼성이 올해는 사상 초유의 순위하락을 경험했다. 시즌 초부터 전력이 우려되긴 했으나 추락에는 날개가 없었고 최종 9위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kt가 신생팀인 것을 감안했을 때 기존 팀들 중 꼴찌. 야구를 최근부터 보기 시작한 삼성 팬들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상황이 펼쳐지자 당혹스러워 했다. 선발마운드 붕괴, 거포부재 등 총체적 난관 앞에 이승엽의 한일통산 600홈런, 최형우의 타격 3관왕도 소용없었다.
LG는 시즌에 앞서 하위권으로 평가받았으나 젊은 선수들이 돌풍을 일으키며 초반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반환점을 도는 시즌 중반 무렵, 힘이 떨어지더니 무기력하게 지는 경우가 잦아졌고 급기야는 하위권으로까지 추락했다. LG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때마침 노장 이병규(9번)가 2군에서 4할 가까운 맹타를 때리고 있음에도 콜업하지 않는 양상문 감독을 향해 분노의 의사를 표시했다. 잠실구장에는 팬들의 현수막 시위가 펼쳐졌다. 구단도 당황하고 양 감독 역시 난관에 봉착했다. 주장 류제국이 팬들의 자제와 응원을 부탁했지만 성난 팬들의 기세는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하지만 LG는 거짓말처럼 현수막 시위 이후 순항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9연승 가도까지 달리며 팀은 단숨에 상위권으로 점프했다. 결국 LG는 4위로 정규시즌을 마쳤고 이후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믿기지 않는 수직상승. 위태롭기 짝이 없었던 양 감독과 류제국의 입지는 이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탄탄해졌다.
LG는 시즌 중반 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이후 상승세 바람을 탔다. 사진=MK스포츠 DB
SK는 9월초 가장 강력한 5강 후보였다. 6연승을 달리며 리그 4위에 안착했다. 과거 왕조를 구축했던 가을 DNA가 다시 발동되는 듯했다. 이 시기 유니폼도 가을 DNA컨셉으로 교체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6연승 후 갑자기 사상초유의 9연패에 빠지며 가을야구 꿈을 날렸다. 일부러 만들기도 어려워보이는 믿기지 않는 행보에 SK 팬들은 아연실색했다. 시즌 종료 후 김용희 감독이 물러났고 트레이 힐만 외인감독 시대가 열리는 단초가 됐다. 최근에는 민경삼 단장 역시 사임했다.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롯데. 특히 올해는 롯데팬들을 복장 터지게 만든 경기들이 다수였다. 그 중 대표적인 경기는 롯데의 대 NC전. 롯데는 시즌 초 NC에게 1승을 거둔 뒤 이후 무려 14연패를 당하며 최종 1승15패라는 참혹한 성적을 거뒀다. 지역 라이벌이자 신생팀이기에 더욱 자존심 상했던 장면. 경기장에는 ‘롯데가 프로구단이 맞냐’라는 분노와 실망의 현수막이 내걸어졌다. 롯데가 LG와 차이를 보인 부분은 그 이후에도 반등이 없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 롯데는 내년 시즌 NC와 개막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