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팀들의 스프링캠프에 가면 불펜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마치 고수가 추임새를 넣듯, 미트에 공이 꽂힐 때마다 포수들은 목청껏 투수들을 격려한다.
롯데 자이언츠 새 외국인 투수 파커 마켈(26)에게는 낯선 장면이다.
마켈이 7일(한국시간) 불펜 투구를 소화하고 있다. 사진(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지난 7일(한국시간) 롯데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 그는 "미국에서는 불펜 투구를 할 때 조용하다. 대화할 필요가 있다면 투수코치와 말을 나누고, 포수와는 끝날 때까지 말을 하지 않는다"며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낯설음이 싫지는 않아보였다. "굉장히 멋지다. 2주간 캠프를 함께하면서 선수들이 서로 격려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미국 선수들은 그런 긍정적인 것들에 대해 잘 표현하지 않는다. 정말 멋지다"며 한국 야구 문화에 대해 말했다.
낯선 곳으로 향하다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서 태어난 마켈은 지금까지 북아메리카 대륙을 한 번도 벗어난적이 없다. 지금까지 방문한 외국이라고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전부. 그의 야구 인생도 지리적으로 범위가 넓지는 않았다. 그 흔한 윈터리그 등판 경험도 없다. 고등학교 시절 멕시코를 일주일간 방문해 경기를 한 것이 해외에서 던진 경험의 전부다.
팀을 옮긴 경험도 없다. 2010년 드래프트 39라운드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에 지명된 이후 한 팀에서만 마이너리거로 7시즌을 뛰었다. 2015년 처음 트리플A 무대를 밟았고, 2016년 스프링캠프에서 메이저리그 캠프에 초청선수로 합류했다. 더블A와 트리플A에서 43경기에 불펜으로 등판, 71 1/3이닝을 소화하며 2.78의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이번 겨울 마이너리그 FA로 나오면서 처음으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미국에서 뛰는 것과 롯데에서 계약하는 것이었다. 정말로 어려웠다. 아내와 의논하며 결정하는데 며칠이 걸렸다."
조금만 더 팔을 뻗으면 그토록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가 잡힐 거 같았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것은 모든 야구선수들의 꿈이다. 그럼에도 그는 꿈을 쫓는 것을 잠시 미루고 낯선 곳으로의 모험을 택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구경하고 어떻게 다른가 볼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는 것이 그 이유. 곧 새로운 곳으로의 여정을 앞두고 있는 그는 "정말로 흥분된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있었을까? 그는 "야구가 대단하고, 골프도 큰 화제거리라고 들었다. 그리고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고 들었다. 얼마나 발전된 기술을 갖고 있는지 보고싶다"며 새로운 나라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불펜을 마치고 레일리와 함께 불펜을 빠져나오고 있는 마켈. 사진(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배트 던지기? 안맞게 조심해야 낯선 모험을 택한 그는 사전 조사 차원에서 한국 야구에 대해 알아봤다고 밝혔다.
"KBO는 어떤 리그인지를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살펴봤다. 그리고 이곳 미국과 똑같은 야구라는 것을 깨달았다. 빨리 경쟁하고 싶다."
’똑같은 야구’라고 했지만, 자세한 부분에서는 차이도 존재한다. ’배트 플립(Bat Flip)’, 이른바 ’배트 던지기’라고 부르는 것도 그중 하나. 미국 야구에서는 주먹다짐까지 부를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지만, 한국에서는 타자도 투수도 이를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이 차이점을 잘 알고 있었다. "브룩스(브룩스 레일리)와 이것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한국에서는 이것이 타자가 투수에게 과시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고 답한 그는 이어 "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만약 상대 타자가 정말로 내 공을 강하게 때렸다면, 배트를 던질만 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런 타구를 내주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며 ’쿨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경기장 규모가 작은 곳이 있어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들었다"며 한국프로야구가 타고투저의 리그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나는 싱커볼 투수다. 땅볼을 많이 유도해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도 땅볼을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뜬공 타구는 홈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내주지 말아야 한다. 땅볼이 많을 수록, 더 많은 성공을 거둘 것이다."
마켈은 지난 시즌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메이저리그 캠프에 초청선수로 합류했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한국의 재능 있는 선수들, 어서 붙고싶다 마켈은 싱글A에서 있었던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주로 선발 투수로 뛰었지만, 지난 세 시즌은 경기 대부분을 불펜으로 소화했다. 때문에 지금은 선발로 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7일에는 두 번째 불펜 투구가 있었다.
"불펜 투구는 괜찮았다. 첫 투구 때는 25개였고, 오늘은 35개를 던졌다. 매 투구 때마다 투구 수를 늘리면서 더 많은 투구 수를 소화할 수 있게 준비할 것이다."
조원우 감독은 "몇 차례 불펜 투구를 하는 것을 지켜보겠다"며 아직은 평가를 할 상황이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롯데에서 얼마나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을지는 남은 준비 과정에 달려있다.
마켈은 "옳은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즌 준비 과정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낯선 문화도 하루하루 훈련을 해가며 점차 익숙해져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곳에서 던졌던 것처럼 거기에 가서도 던지겠다"며 새로운 무대라고 해서 자신의 투구 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타자를 아웃시키면서 팀이 최대한 많은 경기를 이길 수 있게 도울 것"이라며 투수로서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새로운 무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경쟁자들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한국에는 많은 재능 있는 선수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곳에 있는 재능 있는 선수들을 상대할 생각에 정말로 흥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