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이 바뀌었다? 아카데미상도 `역전 드라마`

[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닉스) 김재호 특파원] 최근 미국 프로스포츠에서는 유난히 극적인 역전이 많았다. NBA와 MLB에서는 3승 1패 리드가 뒤집어졌고, NFL 결승인 슈퍼볼에서는 25점차 격차가 뒤집어졌다.

그리고, 27일(한국시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충격적인 반전 드라마가 연출됐다.

상황은 이랬다. 마지막 대망의 작품상 발표 시간. 시상자로 나선 워렌 비티가 "라 라 랜드"의 이름을 외쳤다. 그렇게 라 라 랜드의 7관왕이 완성되는 듯했다. 그러나 라 라 랜드 제작진과 출연진이 무대에 올랐고, 제작자들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을때, 프로듀서 조던 호로위츠가 돌연 "올해 작품상은 '문라이트'"라고 말했다.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사진(美 로스앤젤레스)=ⓒAFPBBNews = News1
단순한 겸손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시상자 비티가 갖고 있던 봉투를 뺏어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 수상자가 적힌 종이를 꺼내 보여줬다. 그 종이에는 라 라 랜드가 아닌, '문라이트'가 적혀 있었다. 당황한 비티는 마이크 앞으로 가 해명했다. 작품상 수상자가 아닌, 여우주연상 수상자(라 라 랜드의 엠마 스톤이 이상을 받았다) 봉투를 들고나갔고, 그에게서 봉투를 건내받은 공동 시상자 파예 더너웨이는 라 라 랜드의 이름만 보고 이를 외쳐버린 것.



라 라 랜드 프로듀서의 양심 고백으로 받아야 할 작품이 상을 받게됐지만, 무대는 이미 혼란에 빠진 뒤였다. 문라이트 제작진이 뒤늦게 무대로 올랐고, 앞서 올랐던 라 라 랜드 관계자들은 무대 구석으로 밀려나는 어수선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를 지켜본 '식스센스' 감독 M. 나이트 샤말란은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2017 아카데미 시상식의 결말을 썼다. 지미 킴멜(시상식 사회자), 우리는 해냈다!"는 농담을 적기도 했다. SNS상에는 '3승 1패 역전극의 오스카 버전'이라는 촌평도 이어졌다.

양심 고백을 한 호로위츠가 젠킨스 감독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AFPBBNews = News1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해 수상 후보 리스트를 백인들로 채우면서 쏟아진 비난을 의식한 듯, 시상식 내내 독한 풍자를 이어갔다. 사회자 킴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트위터를 날리는 등 지속적으로 트럼프 정권을 비꼬는 멘트를 이어갔다. 절정은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이었다. 이란 감독인 아스가 파하디가 제작한 '세일즈맨'을 선정했다. 파하디는 이란을 포함한 7개 이슬람권 국가 출신들의 미국 입국을 불허한 트럼프 정부의 행정 명령에 대한 반발로 시상식에 불참했고, 대신 성명을 통해 이를 강하게 비난해 박수를 받았다. 그렇게 잔뜩 힘을 주고 나왔건만, 마지막 순간에 결정적인 실수가 나왔다. 최고 권위의 영화제, 그것도 제일 중요한 순간에 이런 실수가 나왔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이 영화제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다.

역사상 가장 요란하게 작품상을 받은 배리 젠킨스 감독은 시상식을 마치고 'AP통신' 등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내 인생의 마지막 20분은 정말로 미친 거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문라이트'가 수상작으로 적힌 종이를 찍어 올린 뒤 "여전히 말을 잃었다"고 적었다.

어찌됐든, 엠마 스톤은 아름다웠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AFPBBNews = News1
이 촌극의 희생양이 된 라 라 랜드는 그러나 감독상, 여우주연상, 주제가상 등 6개 부문에서 상을 받으며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게됐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엠마 스톤은 "오스카상 역사상 가장 정신없는 순간이었는가? 멋지다. 오늘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며 이 황당한 장면의 주인공이 된 소감을 전했다. 스톤은 비티가 여우주연상 수상자 발표 봉투를 들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내 이름이 적힌 수상자 발표 종이를 계속 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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