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긴 시간 더 없이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었던 한국 야구대표팀. 정작 실전에서는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세계야구 정세에 따라가지 못한 채 과거에만 머물며 역대 최악의 성적위기라는 현실만 앞두게 됐다.
대표팀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조기탈락 위기에 빠졌다. 도깨비 팀 이스라엘에게 혼쭐나더니 이번에는 익히 알려진 강팀 네덜란드에게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한 채 무너졌다.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 예상됐던 서울라운드는 악몽의 현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표팀의 경기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2경기 도합 타자들이 터뜨린 득점은 1점에 불과하다. 상하위타선 구분 없이 약속처럼 침묵하고 있는데다가 마땅한 해결사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운드 또한 타선에 비해 나았을 뿐이지 볼넷남발, 초반 분위기 헌납, 제각기 다른 컨디션 등 불안불안한 행보의 연속이었다.
한국야구가 WBC 대회서 최악의 성적 위기에 놓였다. 이스라엘에 이어 네덜란드에게도 패하며 조기탈락이 가시화됐다. 사진(고척)=천정환 기자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위해 일본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려 한 달 남짓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몇몇 선수들은 따로 더 일찍 괌 미니캠프로 불러들여 훈련하는 프로그램까지 준비했다. 훈련을 다 진행하고 귀국한 뒤에도 수차례 평가전을 치렀고 일찌감치 대회가 열릴 고척돔에서 적응하는 시간도 가졌다. 엔트리도 다른 국가보다 일찍 발표했고 홈 개최라는 이점 속 기타요소도 준비할 여건이 충분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연 대표팀의 실력은 이런 준비기간이 무색할 정도로 만들어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히려 경기력은 더 떨어져버렸고 시종일관 무기력함만 노출했다. 야수들의 실전감각은 오락가락했으며 공들여 뽑은 몇몇 투수들은 경기에 던지기도 힘들 정도로 좋지 않은 구위를 선보였다. 일찍, 그리고 긴 시간 소집한 의미가 전혀 없어보였다.
길었던 준비기간 무엇을 준비했는지 의아하다. A조 상대들에 대해 구체적 이미지만 있었지 경기 중 실제 대응해낸 뚜렷한 작전도 또 상대를 흔들 신의 한 수도 준비된 게 없었다. 선수들의 그날그날 감과 막연한 실력에 대한 기대감만 있었다고밖에 보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스라엘과 네덜란드는 안정된 전력과 함께 개최국 한국을 면밀히 연구하고 이를 실전에서 제대로 활용했다. 실제로 한국 선발진(장원준-우규민)은 상대에게 공략된 부분이 있지만 대표팀은 상대선발투수(마르키스-밴덴헐크)에게 속절없이 무너졌다.
오랜 준비기간을 가졌지만 대표팀은 강하고 낯선 상대들을 상대로 뚜렷하게 준비한 부분이 없었다.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한국야구의 현실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프리미어12 등 대회에서 선전했지만 세계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WBC 세계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지난 대회부터 드러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에 대한 인식보다는 몇몇 수준급 선수들의 경기력에만 매달린 모양새를 연출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물의를 일으킨 오승환을 발탁했던 점과 임창용, 이대호, 김태균 등 경험과 이름값에만 의존했던 것이 증거. 세계정상급 야구선수들이 모이는 대회에 참가하면서도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도 없이 막연한 성과, 과거의 방식에만 매몰돼 준비를 잘못 했던 것은 아닐지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