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무도 없는 곳’(감독 김종관)은 소설가 창석(연우진 분)의 이야기다. 그것이 실제 창석이 겪은 일인지, 그의 머릿속에서 벌어진 일인지, 김종관 감독의 이야기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 모두 그와 비슷한 사연을 안고 있다.
지난 2일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제20회 전주국제영회제가 시작됐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열흘 동안 5개 극장 22개 상영관에서 전 세계 52개국 262편(장편 202편·단편 60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연우진과 김종관 감독이 ‘더 테이블’(감독 김종관, 2016) 이후 약 3년 만에 재회한 영화 ‘아무도 없는 곳’ 역시 이들 작품 중 하나다. 그 가운데에도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측이 선보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 작품이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아무도 없는 곳'을 상영했다. 사진=영화 '아무도 없는 곳' 스틸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매년 주목할 만한 신작 영화들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벌써 6년째 진행 중이다. ‘아무도 없는 곳’ 외에도 ‘불숨’(감독 고희영), ‘이사도라의 아이들’(다미앙 매니블), 국도극장(감독 전지희)이 이번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아무도 없는 곳’은 주인공 창석과 미스터리한 여인 미영(아이유 분)이 어느 지하 카페에서 대화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은 인생의 덧없음을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전한다. 빠르게 변하는 인간의 삶과 거기에 담긴 의미를 말한다.
창석은 영국에서 돌아온 소설가다. 미영에 이어 그가 만난 사람은 출판사 직원 유진(윤혜리 분)이었다. 창석의 신작 출판 문제로 만난 두 사람은 담배를 나눠 피며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꺼낸다. 사랑이야기였다. 유진에게 담배는 과거의 기억이자 미련, 아쉬움이었다. 그는 담배를 피움으로써 이들을 태워버렸다.
이후 동네어귀 고즈넉한 카페에서 홀로 차를 마시던 창석은 우연히 사진작가 성하(김상호 분)를 만난다. 그곳에서 성하는 창석에게 병에 걸린 아내를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고백한다. 창석은 아내와 이혼하고 영국에서 홀로 한국에 돌아온 상황이었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아무도 없는 곳'을 상영했다. 사진=영화 '아무도 없는 곳' 스틸
아울러 창석은 약속 때문에 찾은 술집에서 바텐더 주은(이주영 분)을 마주한다. “오늘이 마지막 출근”이라는 주은은 기억을 잃어버려 남의 기억을 수집하는 중이었다. 그는 그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창석에게 알려주며 마음에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창석이 만난 네 사람은 각자 사연의 내용도, 성향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 다르다. 다만 삶과 죽음,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점에서 이들의 사연은 모두 맞닿아있다. 창석은 그들을 만나며 변화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점은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의 구분일 것이다. 가령 창석은 그대로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는 인물들은 계속 바뀐다. 이후 창석의 내면은 변하지만, 그의 외형은 그대로다. 언젠가 창석이 늙어 외형이 변하더라도 그가 바라본 하늘은 그대로일 것이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우주의 관점에서 영원불변한 것은 없다. 끊임없이 변하고 사라지며 새로 생겨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없는 곳’을 통해 사라진 것들, 사라질 것들, 그리고 새로 생겨날 것들을 생각해보는 것은 제법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