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첫사랑의 얼굴로 돌아오다 [윤희에게②]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스스로 장르의 경계를 허문 배우 김희애가 아린 첫사랑의 기억으로 돌아왔다.

14일 개봉한 영화 ‘윤희에게’(감독 임대형)는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 분)가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 딸 새봄(김소혜 분)과 함께 설원의 풍경을 간직한 일본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김희애가 연기하는 윤희는 우연히 자신에게 배달된 편지 한 통으로 저릿한 첫사랑의 기억에 침잠한다. 이혼하고 새봄과 함께 사는 윤희에게 일상은 쳇바퀴와 같다. 일찍 집을 나서 승합차에 몸을 싣고 일터로 향한다. 무미건조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전봇대에 기대어 피우는 담배 하나가 유일한 숨통이 되어주는 듯하다.



배우 김희애 사진=옥영화 기자
윤희는 무채색이다. 분명 강렬한 색깔을 품고 있을 것 같은데 그 모든 걸 애써 누르고 눌러 무채색이 된 사람이다. 윤희가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곳은 집과 일터인 공장 내 식당이다. 공장 직원들이 밥을 먹으러 오면 국자로 국을 뜨긴 하지만 거기에는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다. 김희애가 그린 윤희의 얼굴은 무기력이다. 삶의 목적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그 흔한 미소 한 번 짓지 않는 윤희를 세상 밖으로 불러낸다. 희로애락을 있는 그대로 다 표현하지 않아도 윤희의 고통의 무게를 짐작 가능케 하는 건 오롯이 김희애의 연기 덕이며, 그래서 윤희의 변화가 설득력을 가진다. 영화 후반부, 일본에서 돌아온 윤희는 작은 한 걸음을 내딛는다. 그동안 마음 어딘가에 깊숙이 넣어두고 절대 꺼내지 않았던 진심을 마주한 윤희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린다. 김희애가 쌓아온 감내의 감정은 첫사랑과 우연한 만남 이후 마치 눈이 녹아 땅에 스며들 듯 사라지고 그것보다 조금 더 긍정적인 변화가 자리를 채운다.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사진=리틀빅픽처스
김희애는 자신의 변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최근 그의 필모그래피만 봐도 여전히 다양한 장르, 캐릭터, 서사를 만나고 싶다는 의지가 읽힌다. 강단과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로 분한 ‘허스토리’(2017), 진실을 안고 사라진 인물을 연기한 ‘사라진 밤’(2018), 멜로 이퀄 김희애라는 공식은 물론 액션, 스릴러까지 변함없이 변화무쌍한 연기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윤희에게’는 김희애가 다시 한번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내보인 영화다. 조용히 내리는 영화 속 눈처럼 영화에 녹아든 그의 얼굴은 단 한 마디의 말도 없이 모든 걸 설명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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