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서형, 조민수, 김혜수, 심은경, 진서연, 최수영 등 여배우들이 장르물 드라마의 주요 축을 이루며 극의 중심을 잡고 있다. 지상파부터 케이블까지, 여배우들의 장르물 출연이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시대 흐름에, 러브라인을 위해 서브격으로 존재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서사에 있어 주요하고 긴밀해지는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형사 김서형, 무당 조민수, 변호사 김혜수, 기획재정부 사무관 심은경. 드라마 속 직업과 배우 이름이 붙어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들은 강력한 몰입도를 이끌고 있다.
배우 김서형, 조민수, 김혜수, 심은경, 진서연, 최수영 등 여배우들이 장르물 드라마의 주요 축을 이루고 있다. 사진=김영구, 옥영화 기자
김서형은 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극본 김은향, 연출 이정흠)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여경들의 전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 수사대 강력 1팀 팀장 차영진을 연기한다. 영진은 고등학생 시절 단짝을 연쇄살인마에 의해 잃은 트라우마를 지닌 채 성장해 친구에 대한 죄책감과 희생자들에 대한 정의감으로 경찰이 된 인물이다. 이 드라마로 김서형은 지상파 첫 단독 주연을 맡아 서늘하면서도 진폭 있는 감정선을 카리스마 있게 그려내고 있다. 김서형의 카리스마는 이미 예전부터 유명했다. 2008년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 신애리, 2012년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모가비, 2013년 MBC 드라마 ‘기황후’ 황태후 그리고 JTBC 드라마 ‘SKY캐슬’ 김주영에 이르기까지 ‘악역 전문’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강렬하고 강렬했지만, 김서형은 악역이라는 획일적 틀에 갇히지 않았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악역을 맡으며 빛을 발한 그의 놀라운 연기력은 ‘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또 한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트라우마를 가진 형사가 연쇄살인의 실체와 마주하며 곁의 소중한 이를 지키려는 이 드라마의 핵심인 김서형의 카리스마는 항상 유효하다.
조민수의 독보적인 아우라는 브라운관에서도 여실히 빛났다. tvN 월화드라마 ‘방법’(극본 연상호, 연출 김용완)은 초자연적 유니버스 스릴러를 표방한다. 조민수는 극중 강한 신기로 진종현(성동일 분)을 보필하는 의문의 여인이자 무당 진경을 연기한다. 영험한 능력은 물론 무속에 대한 지식이 깊어 세계적인 샤먼들과의 네트워크도 상당한 인물이다.
조민수가 연기하는 진경은 모든 게 베일에 감춰졌다는 설정에 맞게 신비하고 무섭다. 검은 한복을 입고 굿판을 벌이는 그의 얼굴에는 마치 모든 걸 다 꿰뚫고 있는 듯한 표정이 드리워 시청자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영화 ‘피에타’(2012), ‘마녀’(2018), ‘초미의 관심사’(2019) 등 스크린에서 펼친 독보적인 카리스마는 안방극장으로 무대를 옮긴다 한들 사라지지 않았다. 이 드라마가 스릴러 영화를 방불케 한다는 호평에는 영화를 찍는 김용완, 연상호 감독의 덕과 더불어 조민수 만이 내뿜는 기묘한 분위기가 큰 몫을 하고 있다.
김혜수는 변호사 정금자로 4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시종 오가며 왕성히 활약하는 그가 그리는 정금자는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극본 김루리, 연출 장태유)에서 처절한 살아남기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하여 돈을 좇는 인물이다. 목표를 위해선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하이에나 같은 존재인 셈이다.
배우 조민수, 김혜수, 심은경 사진=SBS, tvN
드라마 속 김혜수는 능청맞다. 물주의 대박 사고를 바라는 속물인데 밉지가 않다. 위기를 맞닥뜨리고도 능글맞은 처세술을 펼치는 건 김혜수라서 가능하다. 김혜수라는 이름을 들으면 카리스마가 저절로 떠오를 만큼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연기했다. 특히나 2016년 tvN 드라마 ‘시그널’의 장기 미제 전담팀 차수현 형사로 장르물의 한 획을 그은 그가 억척스러운 변호사 정금자를 만나 담아내는 하이에나들의 세상이 흥미롭다. 심은경은 tvN 수목드라마 ‘머니게임’을 통해 외환위기를 고스란히 겪고 자란 기획재정부 사무관 이혜준을 연기했다. 아주 어릴 적 봄날, 주거래 은행의 앞마당에 주저앉아 통곡하던 아버지 그리고 차갑게 웃던 월가의 섀넌과 그와 함께 낄낄거리던 은행 관계자를 잊지 못한 채 성장한 인물로 돈도 빽도 없지만 정의감 하나로 꿈을 이뤘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주요 배우들 중 심은경의 나이는 가장 어리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탄탄한 연기내공으로 드라마에 안정감을 부여하고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최대의 금융 스캔들을 다룬 드라마인 만큼 캐릭터도 한눈을 팔지 않는다. 한국의 경제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과 이해관계의 충돌 속 이혜준은 자신의 신념을 지킬 줄 안다. ‘금융빌런’이자 이혜준에게 마음을 품는 유진한(유태오 분)의 등장에도 흔들림이 없이 올곧다. 유진한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위협을 가했을 때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줬다.
‘머니게임’의 심은경은 무미건조한 표정이라 더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주요 인물들이 주로 남성인 가운데에서도 굳건한 심지가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잔꾀부리지 않고, 편한 길을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드라마에 녹아들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