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 반전 호투의 힘, ‘팀’만 생각했다 [MK人]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유희관(34·두산)도 직감했다. 15일 잠실 한화전이 그의 시즌 마지막 등판이 될 수 있다고. 그래서 이기고 싶었다. 마치 한국시리즈 7차전에 등판한 투수 같았다. 하지만 유희관의 9승보다 두산의 73승의 위한 역투였다.

‘승리투수 유희관.’ 48일의 시간이 걸렸다. 그는 무척 기뻐했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다.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있게 됐다며 해맑게 웃는 베테랑이다.

두산은 이날 16-3 대승을 거뒀다. 유희관에게 승리를 선물하려는 건지, 선발투수가 교체되기 전까지 무려 15점을 뽑았다.
유희관은 “아마 오늘도 (9승 도전에) 실패했다면 8년 연속 두 자릿수 10승 도전을 포기했을 거다. 야수들이 나를 불쌍하게 여겨서 다득점을 지원한 것 같다”며 웃었다.



두산 타선이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도왔으나 적어도 3회초까지는 끌려가던 경기였다. 유희관은 집중했다. 한화의 고춧가루에 굴하지 않고 어떻게든 버티며 막아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개인 통산 264번째 경기였으나 그 어떤 경기보다 긴장이 됐다. 유희관은 “사실 많이 떨렸다. 첫 선발 경기보다 긴장한 것 같다. 만약 오늘 경기마저 못 던졌다면, 아마 올해 마지막 경기였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8년 연속 10승 도전 때문이 아니다. 유희관의 승리가 아니라 두산의 승리를 위해 힘차게 공을 던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2위와 5위의 승차는 1경기에 불과했다. 그 안에서 두산이 박 터지게 싸우고 있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2위로 시즌을 마치거나 5위 혹은 그보다 아래에 있을 수 있다.

유희관은 “내가 팀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면, (16일부터 시작하는 키움과 고척 3연전을 앞두고) 분위기가 안 좋아질까 걱정했다. 그렇기에 진짜 중요한 경기였다. 웬만한 한국시리즈 경기보다 더 떨림과 울림이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평소와 달랐던 유희관의 투구다. 포수 박세혁이 ‘제대로’ 포구하기 힘들 정도였다. 박세혁은 말 한마디로 유희관의 긴장을 풀어줬다. 유희관은 “(박)세혁이가 ‘형이 너무 진지하게 투구해서 포구하면서 웃긴다’라고 얘기하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2주의 휴식은 큰 도움이 됐다. ‘아침형 인간’이 된 유희관은 산을 오르내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는 팀에 보탬이 되는 게 너무 미안했다고.

그래서 유희관은 ‘개인 성적보다 팀 성적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것이 유희관 반전 호투의 힘이었다. 그는 “개인 10승보다 불펜 등 어느 위치에서든지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유희관은 “감독님께서 따로 말씀하지 않으셔도 스스로 느낀다. 늘 야구를 잘할 수 없으며 이제 내 나이도 적지 않다. 그래서 야구를 더욱 소중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웃으면서 야구를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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