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투수 한현희(28)는 지난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자신감이 넘쳤다. 스스로 몸을 완벽하게 만들었다고 자부했고 컨디션과 구위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정규리그 개막이 늦춰지는 과정에서 자기관리에 실패했다.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고 몸 상태에 이상을 느꼈지만 통증을 참고 마운드에 올랐다. 결국 25경기 135.2이닝 7승 9패 평균자책점 4.98이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한현희는 4일 훈련을 마친 뒤 “지난해 전반기는 내가 나태해졌던 게 문제였다. 이후 몸 상태에 변화가 오면서 무릎부터 골반, 하체 쪽이 아프기 시작했고 좋지 못한 시즌을 보냈다”며 “아픈 걸 참았던 내가 바보였다. 선배들도 조금 쉬고 돌아오는 게 나았을 텐데 왜 참았냐고 뭐라고 하더라. 지금 생각하면 쓸데없는 책임감이었다”고 반성했다.
올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하는 키움 히어로즈 투수 한현희. 사진=MK스포츠 DB
한현희는 지난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2020 시즌 종료 후 짧은 휴식 뒤 겨우내 마산고등학교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친다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하기 때문에 어느 해보다 중요한 해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한현희는 “중요하지 않았던 시즌은 없었지만 솔직히 올해가 더 특별하게 느껴진 게 사실이다”라며 “(FA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마음이 뭔가 다르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FA 못지않게 중요한 건 선발 로테이션 진입이다. 지난해는 5선발로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홍원기 신임 감독은 외국인 투수 2명을 제외한 3, 4, 5선발의 경우 시범경기 때까지 무한 경쟁을 예고한 상태다.
한현희도 아직 자신에게 확실한 자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충분히 경쟁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충만하다. 그는 “내가 잘 한다면 5선발이 아닌 3선발로도 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내 실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안 한다. 열심히 해서 3, 4선발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예년과 다르게 올해는 구체적인 목표를 수치로 정했다. 한현희는 “욕심일 수 있지만 180이닝 16승을 달성하고 싶다”며 “더 연구하고 집중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개인 성적뿐 아니라 투수진의 베테랑으로서 리더십도 보여줘야 한다. 투수조장으로서 주장 박병호를 도와 후배 선수들까지 아울러야 하는 중책도 함께 맡았다.
한현희는 “후배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야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내 몫인 것 같다”며 “특히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일이 없도록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현희는 또 “다른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알겠지만 나는 정말 후배들에게 착한 선배다. 모두 인정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2년 전에 이어 투수조장을 다시 하게 됐는데 후배들을 잘 다독여가면서 좋은 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gso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