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1일 잠실 삼성전. 선발투수로 나선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2)는 6회초 2사 후 삼성 타자 이원석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준 뒤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원석이 전 타석에서 켈리를 상대로 홈런을 기록했기 때문에 자칫 고의성이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켈리의 적극적인 사과로 상황은 빠르게 정리됐다.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오른쪽)가 10일 이천LG챔피언스파크에서 훈련 도중 이규홍 LG 스포츠단 사장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천)=천정환 기자
켈리도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절대 고의가 아니었다. 이원석에게 전 타석에서 홈런을 허용했기 때문에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적극적으로 사과했다”며 “기회가 된다면 이원석을 따로 찾아가 미안하다고 얘기하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국인 투수의 이런 행동은 흔한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켈리는 사구 후 투수가 타자에게 사과하는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켈리보다 1년 먼저 KBO리그에서 뛰었던 타일러 윌슨(32)의 조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켈리는 사구 후 거듭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질문에 “윌슨에게 배웠다”고 답했다.
켈리는 이후 한국 문화에 완벽히 적응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올해로 3년째 KBO리그에서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켈리가 윌슨에게 도움을 받으며 한국 야구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면 올해는 에이스 역할은 물론 KBO리그 선배로서 팀 동료 앤드류 수아레즈(29)에 KBO 적응을 도와야 한다.
수아레즈는 2021 시즌 LG 마운드의 중요한 열쇠다.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는 물론 지난해까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른 투수인 만큼 기량에서는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2)가 10일 이천LG챔피언스파크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이천)=천정환 기자
공교롭게도 켈리는 LG 유니폼을 입기 전 샌프란시스코 소속이었다. 수아레즈와는 1년 반 동안 함께 뛰며 친분을 쌓았고 현재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 중이다. 켈리는 “수아레즈는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다. LG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성격은 조용하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기 때문에 적응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켈리는 그러면서도 LG, KBO리그 적응을 위해 미국과는 다른 마음가짐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이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듯 수아레즈 역시 열린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켈리는 “미국에서 뛰던 시절과 똑같은 생각, 마음으로는 한국에서 적응하기 어렵다”며 “한국 문화 적응을 위해서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한국의 정서, 선후배 문화에 익숙해져야만 빠르게 팀에 녹아들 수 있다”고 밝혔다.
켈리는 또 “나는 한국에서 야구와 더 사랑에 빠졌다”며 “수아레즈가 한국 문화에 적응하고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덧붙였다. gso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