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추트레인’ 추신수(39·SSG 랜더스)의 선구안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출루율이 0.377로 현역 선수 기준으로는 10위에 해당한다.
그런 추신수도 KBO리그에 데뷔해서는 스트라이크존 공부(?)에 한창이다. 2경기 6타석을 소화했지만, 스트라이크는 볼이라고 판단해 놀랍다는 반응을 했고, 볼은 스트라이크인 줄 알고, 삼진이라 생각해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다시 타석으로 돌아오는 해프닝도 연출했다.
문제의 장면(?)은 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에서 나왔다.
롯데 자이언츠 포수 강태율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날 SSG의 2번 지명타자로 나선 추신수는 1회초 1사 후 롯데 선발 노경은과 상대했다. 볼카운트 2-2에서 추신수는 몸쪽 공을 그대로 흘러보냈다. 이후 3루쪽 더그아웃으로 발을 뗐다. 스트라이크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영철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삼진인 줄 알았던 노경은도, 추신수도 멋쩍게 웃었다. 결국 6구째도 볼을 골라내 1루로 나갔다. 사실 6구째도 스트라이크와 흡사한 지점에 포구가 됐다. 경기 후 추신수는 “미심쩍은 볼넷이었다”며 웃었다. 그는 “타석에서는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는데, 더그아웃에 돌아와 차트를 보니 스트라이크라고 할 수도 있고, 볼로 봐도 되는 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일찍 판단해서 행동하면 안됐는데,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물론 헷갈린 건 롯데 포수의 미트질, 소위 프레이밍 때문이기도 했다. 추신수는 “롯데 포수가 보기 좋게 공을 잘 잡았다”며 “그래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가면서 ‘왜 이렇게 볼을 잘 잡냐’고 말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추신수 타석에 포수마스크를 쓴 이는 강태율(25)이다. 강태율은 올 시즌 롯데 포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2015년 1차지명으로 입단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9년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뒤, 이름도 강동관에서 강태율로 바꾸고 기량이 성장했다는 평가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평가가 좋다. 특히 타격면에서 아쉬운 롯데 포수들 사이에서 장타력을 갖춘 포수로 꼽히고 있다.
롯데 포수는 강태율과 함께 김준태(27) 지시완(27) 정보근(22)이 경쟁을 펼치는 구도다. 지난 시즌 1군에서 주로 포수마스크를 썼던 이들은 김준태와 정보근이지만, 강태율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실전 돌입에 앞서 허문회 감독도 “지난 시즌이 끝나고 어떤 준비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독한 각오로 준비를 한 것 같다. 분야별 코치들의 칭찬이 계속되고 있다. 주목해서 보고 있는 포수다. 캐칭이 상당히 안정돼 있고 타격에서도 좋은 평가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막판부터 가능성을 보였는데 그 흐름이 흐트러지지 않고 계속 유지된 느낌이다. 지금 포수 중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다른 포수들도 준비를 잘 해 왔다. 경쟁 체제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선수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평을 내리기도 했다.
허 감독은 올 시즌은 전담포수제가 아닌 1군 엔트리에 포수 2명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경쟁률은 2대 1이다. 실전에 돌입하고 나서도 강태율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는 중이다. 강태율은 경기 후 “타석에 들어서면서 추신수 선배께서 잘한다고 말씀을 해주셨다”면서 “대단한 선배께 칭찬을 받아 기쁘다. 프레이밍에는 자신 있었는데 직접 칭찬을 들으니까 더 뿌듯하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jcan1231@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