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롯데 구한 ‘기러기’ 나균안, 노력의 결실은 눈부셨다 [MK人]

나균안(23)은 ‘갈매기 군단’ 롯데 자이언츠를 구한 ‘기러기’였다.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대형포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포수 나종덕’은 이제 롯데 마운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나균안이 높이 날아올랐다.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서 6⅔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팀은 3-0으로 승리, 6연패를 끊었다.

나균안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들을 이룬 경기였다. 데뷔 첫 승리,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작성한 동시에 한 경기 최다 이닝, 최다 투구 수(95개)를 경신했다.

1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2021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벌어졌다. 7회말 2사 1루에서 롯데 선발 나균안이 서준원으로 교체됐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투수로 전향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나균안의 피칭은 노련했다. 1회 무사 1, 2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게 결정적이었다. 동료들의 도움도 있었다. 한때 포수 마스크를 쓰고 함께 땀 흘리고 경쟁했던 지시완(27)은 홈런 하나를 때리고, 3회말 김혜성의 2루 도루를 레이저 송구로 잡았다. 이전까지 20연속 도루에 성공하며 성공률 100%를 자랑하던 김혜성이었다. 그러자 나균안은 더욱 높이 날아올랐다. 4회부터 6회까지 삼자범퇴였다.



다양한 구종에 키움 타선은 속수무책이었다. KBO 공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날 나균안은 무려 6가지 구종을 선보였다. 투심(22개)과 포크볼(21개)을 바탕으로 포심(19개), 슬라이더(17개), 커브(14개), 체인지업(2개) 등을 섞어 던졌다. 포심과 투심 등 패스트볼 계열 최고구속은 144km까지 나왔다. 이제 투수를 시작한지 1년이 안 된 선수라기에는 구종이 많았다. 경기 후 나균안은 “남들보다 많이 늦어졌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더 많이 던지고 연습했던 게 좋은 방향으로 이어진 듯하다. 코치님들께서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나균안의 야구인생에서는 기념비적인 날이 될 것이다. 마산용마고를 졸업하고, 2017년 2차 1라운드(전체 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롯데는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대형포수의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강민호(36·현 삼성 라이온즈)의 뒤를 이을 안방마님으로 기대를 모았다.

2년 차, 강민호가 FA(프리에이전트)로 팀을 떠나자, 나균안은 2년 연속(2018~2019년) 100경기 이상 포수로 출전했다. 그러나 성장은 더뎠고, 나균안은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 기대와 실망은 비례했다. 수비도 타격도 성에 차지 못했다.

야구인생의 승부수는 2020시즌을 앞두고 이뤄졌다.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팔목 유구골 골절을 당한 게 전화위복이 됐다. 투수로 마운드에 서다가 7월, 나균안으로 개명하고 본격적으로 투수로 전향했다.

나균안에게 개명 효과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개명 덕분에 야구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덤덤히 말했다. 개명 효과는 없었지만, 적어도 이름대로 높이 날아오르고 있다. 균안이라는 이름은 개간할 균(畇) 자에 기러기 안(雁), 노력한 만큼 더 높이 오르는 사람이 된다는 의미다. 그는 “이제 내 할 일은 투수다. 내 할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명 효과는 부인했지만, 결혼 효과는 인정했다. 나균안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품절남이 됐다. 나균안은 “힘들고 방황할 때 와이프가 옆에서 큰 힘이 돼줬다. 겉으로 티를 내진 않았지만 장인어른, 장모님께서도 많은 것들을 해주셨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나균안이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 3루측 롯데 팬들은 기립박수로 찬사를 보냈다. 욕만 먹던 포수 나종덕은 투수 나균안으로 돌아와 프로야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벅찬 감정을 느꼈다. “소름이 돋더라. 잘 던졌구나 싶었다.”

이제 ‘기러기’ 나균안은 더 높이 날아오르고 싶다. “다음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렇게 하려면 오늘 보완할 부분을 보완하고, 준비를 잘해야 한다.” 나균안의 다음 등판이 기대되는 짧고 굵은 다짐이었다.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안준철 기자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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