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LG트윈스의 최고 히트상품 문보경(21)이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문보경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NC다이노전에서 1-1로 팽팽히 맞선 8회말 대타로 등장했다. 상황은 2사 3루였다. 김민성의 2루타로 찬스를 만든 LG이지만, 이날 따라 찬스가 무산되는 장면이 많았다.
여기서 류지현 감독의 선택은 문보경이었다. 그리고 문보경은 NC 임창민을 상대로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직구(시속 145km)를 그대로 받아쳐 중전 적시타를 만들었다. 루 주자 김민성이 여유 있게 득점했다. LG의 2-1 역전승을 이끈 문보경의 데뷔 첫 결승타였다.
8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1 프로야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투아웃 삼루에서 LG 문보경이 역전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경기 후 문보경은 “노리는 구종을 놓치지 않고 빠른 카운트에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투스트라이크까지 몰리긴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강하게 친다는 생각은 버리고 맞히려고 했다”고 결승타 상황을 설명했다. 안타를 때리는 순간 문보경은 1루측 더그아웃을 향해 환호했다. 1루에 안착해서는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그는 “‘오늘은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올 시즌 LG는 문보경의 발견이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문보경은 신일고를 졸업한 뒤 2019년 2차 3라운드 25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두 시즌 동안 퓨처스리그(2군)에 머물렀다. 지난달부터 1군에 올라와서는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 물론 문보경은 “간 경기와 1군 투수 적응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며 “내 장점은 타격, 특히 파워라고 생각한다. 홈런은 많이 없지만, 타구속도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사실 문보경은 이날만을 꿈꿔왔던 베이징 키즈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2008년 당시 김경문 감독이 이끌던 야구대표팀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보고 야구에 입문했다. 그리고 롤모델은 당시 대표팀 막내 축이었던 김현수(33)다. 공교롭게도 현재 LG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고, 신일고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다. 문보경은 “(김)현수 형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준다. 경기 전에도 1군이나 2군 모두 같은 야구를 하는 곳이라는 얘기를 해주시면서 긴장을 풀어주려고 노력해주셨다”고 소개했다.
문보경은 엘린이(LG의 어린이팬)출신이다. LG야구를 접했고, 처음 잠실에서 직관한 경기도 LG경기였다. 문보경은 “아버지가 두산 베어스 팬이신데, 나는 LG팬이었다”면서 “아버지가 리틀야구단 가입신청서에 '두산 베어스 최고의 유격수'라고 쓰셨는데 그래서 '두린이'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분명한 건 난 LG팬이었다”며 껄껄 웃기도 했다. 물론 아버지도 이제는 아들이 속한 LG를 응원한다. 어쨌든 자신의 롤모델과 함께 야구를 하며, 자신이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던 응원팀을 승리로 이끄는 결승타를 때렸다. 문보경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관중석에서 야구를 보면서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는데 입단 후 이곳에서 결승타까지 쳤다. 아직도 꿈같고 소름이 끼친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