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감독은 왜, 차우찬 공 하나에 그토록 감탄했을까

"그 순간 정말 깜짝 놀랐다. 역시 차우찬이구나 했다."

류지현 LG 감독이 차우찬의 복귀전이었던 6일 광주 KIA전의 한 장면을 두고 한 말이다.

류 감독이 놀란 대목은 경기 시작 후 첫 타자 최원준과 상대할 때였다. 볼 카운트 0-2에서 몸쪽 패스트볼로 파울이 되며 볼 카운트가 2-1이 됐다.

차우찬이 복귀전서 던진 공 하나로 류지현 감독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그 공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다. 사진=MK스포츠 DB
류 감독은 "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재활만 했던 투수이기 때문에 첫 타자 승부가 떨릴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볼 카운트가 불리했다. 보통 그러면 바깥쪽 패스트볼을 던져 카운트를 잡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차우찬은 달랐다. 몸쪽 패스트볼을 던져 파울을 만들었다. 역시 보통 투수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 공 하나에 몇 가지 의미가 담겨 있길래 그처럼 감탄을 했던 것일까.



우선은 차우찬의 자신감이다. 패스트볼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몸쪽으로 쉽게 들어갈 수 없다. 가운데로 몰리기라도 하면 장타를 허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우찬이 오랜 재활을 거쳤지만 자신의 공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그 승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MK스포츠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정민태 전 한화 투수 코치는 "지난해 7월 이후 거의 1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는데 안정감이 느껴졌다. 직구 최고구속은 142km로 한창 전성기 때 스피드는 나오지 않았지만 슬라이더가 상당히 예리하게 잘 떨어졌다. 이날 변화구 구사만 놓고 본다면 전성기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높게 평가했다.

카운트를 잡는 방법이 꼭 스트라이크만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경륜이 느껴지는 1구였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최원준도 빠른 공을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 때 차우찬은 몸쪽으로 바짝 붙는 공을 던진 것이다. 쳐도 파울 밖에 될 수 없는 위치에 정확하게 공을 꽂았다.

최원준의 배트에 맞았지만 결과는 파울이었다. 어렵게 스트라이크 1개를 잡은 것과 똑같은 효과를 파울 하나로 얻어낸 것이다. 차우찬의 노련함이 배어나 온 승부였다.

류 감독이 무릎을 쳤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억지로 제구를 칼 같이 하려 하지 않고 몸쪽 깊이 들어가는 것 만으로 간단하게 스트라이크 카운트 하나를 벌어냈다.

길고 긴 재활에서 돌아 온 어려운 등판. 떨리고 설레고 두려울 수 있는 첫 타자 승부에서 차우찬은 여유를 잃지 않고 있었다. 류 감독은 차우찬의 최원준 상대 3구째 승부를 보고 이미 그의 호투를 예감했다.

이처럼 차우찬의 그 공 하나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차우찬이 보통 투수가 아님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의미들이 그 공 속에 녹아 있었다.

감독을 감탄하게 한 차우찬의 1구.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서울 잠실=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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