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단히 믿음직한 투수라고 하긴 어렵다. 올 시즌 평균 자책점이 5.30이나 된다. 1점대 마무리도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봐야 하는 것이 9회다. 그 무거운 짐을 홀로 지기엔 평균 자책점이 너무 높다.
그러나 팀은 마무리를 바꿀 생각이 없다.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활용도가 높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NC 마무리 원종현 이야기다.
원종현이 투구수에 따라 성적이 요동치는 기록을 갖고 있다. 효율성 있는 활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MK스포츠 DB
원종현은 마무리 투수라고 하기엔 평균 자책점이 너무 높다. 지난해 30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평균 자책점은 4.26으로 대단히 높았다. 불안감이 들 수 밖에 없는 수치다. 1점차 승부를 지켜야 하는 마무리 투수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동욱 NC 감독은 마무리를 바꿀 마음이 없다. 원종현이 부진할 때의 패턴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만 잘 피해주면 충분히 효용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감독은 "원종현이 15구에서 20구까지는 구위가 괜찮다. 그 이상이 넘어갔을 때 안 좋은 결과가 있었을 뿐이다. 팀 내에서 여전히 가장 좋은 구위를 갖고 있는 불펜 투수다. 따로 대안을 찾기 어렵다. 원종현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만들며 끌고 가는 것이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실제로 원종현은 1구에서 15구 사이에선 피안타율이 0.261에 불과하다. 피출루율도 0.346으로 높지 않다. 피장타율 역시 0.348로 묶고 있다. 자연스럽게 피OPS가 0.694를 기록 중이다. 15구 이내로 승부를 건다면 믿음을 가질 수 있는 투수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5구에서 30구 사이에선 성적이 크게 치솟는다.
일단 피안타율이 0.333으로 높아진다. 피출루율은 0.429로 급격히 올라가고 장타를 맞는 비율도 0.500으로 치솟는다. 피OPS가 0.929나 된다. 15구에서 30구 사이에선 KBO리그 최정상급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문제는 원종현의 이닝 당 투구수가 다소 많은 편이라는 점이다.
원종현의 이닝 당 투구수는 18.5개나 된다. 15개 정도가 이상적이라고 하는데 그에 비해선 투구수가 많은 편이다. 1이닝을 편안하게 맡기기엔 다소 불안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이동욱 감독은 "팀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길게 던지다 안 좋은 결과가 나왔을 뿐 빠른 승부를 하는 경기서는 여전히 믿을 수 있는 투수다. 대안이 없는 만큼 부담을 덜어주며 잘 활용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 감독의 말 대로 현재 NC에서 원종현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마무리 앞에서 셋업맨을 할 수 있는 투수들은 있지만 마무리를 맡을 투수는 없다.
트레이드와 FA 영입 등으로 불펜을 보강하고 있지만 마무리감은 얻지 못했다.
새로 가세한 이용찬이 마무리 경험이 있고 구위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연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동욱 감독은 "계속 지켜봐야겟지만 이용찬이 수술 이후 이제 1년이 조금 지났을 뿐이다. 올 시즌까지는 연투는 안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마무리 앞에서 경기의 흐름을 끊어주는 몫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안은 없다. 원종현으로 승부를 보는 수 밖에 없다. 최대한 투구수를 줄여주며 원종현이 집중력 있게 던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약점을 알고 있으니 활용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 변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NC의 불펜 고민은 조금쯤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