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눈`…수정주의 서부극의 고전 [김대호의 옛날영화]

시끌벅적한 총싸움이나 서부의 화려한 전경 그리고 서부 개척의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를 수정주의 서부극이라 부른다. 1952년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 프레드 진네만은 리얼리즘 영화의 대가다. 에선 또 다른 실험을 통해 영화사에 획을 그었다. 영화 속 경과하는 시간과 상영시간을 일치시킨 것이다. 보안관 생활을 청산하고 연인 에이미(그레이스 켈리)와 결혼을 준비하는 윌 케인(게리 쿠퍼). 하지만 5년 전 케인이 잡아넣은 흉악범 밀러가 출소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정오에 케인에게 복수를 하러 온다는 것이다. 이때 영화 속 시간은 10시 35분을 가리키고 있다. 정오까지는 85분이 남았다. 바로 영화의 러닝타임과 똑 같다.

그레이스 켈리의 데뷔작이나 마찬가지인 <하이눈>. 게리 쿠퍼의 약혼녀로 출연한 그레이스 켈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악당 우두머리를 총으로 쏜다.
진네만 감독은 여러 차례 시계를 보여준다. 영화 속 시간과 실제 시간의 흐름이 같다는 것을 관객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다. 마을 사람들은 케인에게 빨리 마을을 떠나라고 한다. 밀러 일당(4명)에게 죽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에이미 역시 떠나자고 재촉한다. 하지만 케인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케인은 마음을 다잡고 밀러 일당을 기다린다. 시간은 흘러가고 케인은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실제 시간과 같이 흘러가는 영화 속 시간에 관객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다.

결국 케인은 밀러 일당을 모두 해치운 뒤 보안관 배지를 집어 던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밀러를 죽인 사람이 에이미라는 것이다. 퀘이커 교도로 나오는 에이미는 마지막 장면에서 케인이 위기에 놓이자 총을 들고 밀러를 쏜다.

영화 내내 고민하고 두려워하던 케인이 약혼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것이다. 영웅도 한 인간일 뿐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되새겨 준다.

은 토착민을 총으로 몰아내고 정착한 미국인들을 정당화하는 그 동안의 서부극을 부정했다. 이 때문에 미국 내 보수진영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미국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그레이스 켈리의 실질적인 데뷔작이다. [김대호 MK스포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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