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타로 NC 다이노스 승리에 앞장선 ‘캡틴’ 박민우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잘 버티고 있는 후배들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연고지인 창원시가 NC 구성원들의 바람을 좀 더 알아줬으면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호준 감독이 이끄는 NC는 18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홈 경기에서 홍원기 감독의 키움 히어로즈를 5-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울산 첫 홈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한 NC는 20승 1무 21패를 기록, 공동 4위를 형성한 KIA 타이거즈(22승 22패), SSG랜더스(22승 1무 22패)에 반 경기 차 뒤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3번타자 겸 2루수로 나선 박민우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결정적인 순간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며 NC에 소중한 승전보를 안겼다.
1회말 삼진, 4회말 1루수 땅볼로 돌아선 박민우는 양 팀이 0-0으로 팽팽히 맞서있던 6회말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1사 1, 3루에서 상대 좌완 불펜투수 김성민의 2구 133km 투심을 통타해 좌중간을 꿰뚫는 2타점 적시 3루타를 작렬시켰다. 이번 경기의 결승타가 나온 순간. 이어 박건우의 유격수 땅볼에 홈을 밟아 득점도 올렸다.
기세가 오른 박민우는 3-0의 스코어가 이어지고 있던 8회말에도 안타를 생산했다. 무사 1, 2루에서 키움 우완 불펜 자원 오석주의 4구 140km 패스트볼을 공략, 1루 방면으로 향하는 강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공은 1루 베이스를 맞고 튀어올랐고, 그 사이 박민우는 넉넉히 베이스를 밟았다. 공식 기록은 내야 안타. 그렇게 박민우의 이날 최종 성적은 4타수 2안타 2타점이 됐다.
경기 후 이호준 감독은 “타선에서 주장 박민우가 힘을 내줬다”며 “초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는데, 박민우가 해결해줬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박민우는 “사실 제가 김성민 선수에게 굉장히 약했다. 저랑 상성이 안 맞는 투수 유형이다. 어제(17일) 삼진 먹었으며, 그 전에도 계속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자신있게 들어가지는 않았다. 상황이 제가 꼭 안타를 쳐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외야 플라이나, 땅볼을 치더라도 병살만 안 당하면 점수를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컨택에만 집중해 들어갔는데, 마침 실투가 들어와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실 저도 어떻게 쳤는지 모르겠다”고 배시시 웃었다.
해당 경기의 또 다른 주인공은 선발투수로 출격한 라일리 톰슨이었다. 8이닝 1피안타 1사사구 12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시즌 6승(2패)을 수확했다. 8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어가던 그는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으나, 아쉽게 선두타자 전태현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 노히트노런 달성에 실패했다.
박민우는 “(3루에 도달한 뒤) 막힌 혈이 뚫린 것 같았다. 라일리가 좋은 투구를 하고 있었기에 확실히 분위기를 가져오겠다 싶었다”며 “우리가 점수를 못 내 라일리에게 미안했다. 점수를 빨리 내주자 했는데, 마침 제가 쳐서 굉장히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홈 3연전, 홈 경기를 했는데, 팀 승리에 보탬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이어 “안타깝게 대기록 달성이 안 됐다. 라일리가 만약 노히트노런을 했다면 조금 거만해 질까봐 남은 경기도 지금처럼 던지라고 하늘에서 일부러 그러지 않았나 혼자 속으로 생각 중”이라며 농담을 건넨 뒤 “너무 나이스 피칭이었다. 노히트노런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투수다. 오늘은 그 운에 1% 모자랐다. (라일리가 안타를 맞고 교체될 때) ‘야수들이 더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 했다. 라일리가 ‘괜찮다’ 하더라. 본인도 아쉬워 할 만 한데, 그런 것 없이 웃으면서 ‘충분히 고마웠다’ 이야기했다. 그런 모습이 더 미안하게 만들었다”고 라일리를 향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올해 힘든 상황 속에서도 고군분투 중인 NC다. 지난 3월 29일 창원NC파크에서 구조물이 추락해 한 야구 팬이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뒤 안전점검으로 한동안 원정 일정만을 소화하다 울산 문수야구장에 임시 둥지를 틀고 키움과 첫 홈 3연전을 치렀다. 이처럼 힘겨운 여정이 계속되고 있지만, 주장 박민우를 필두로 선수단이 똘똘 뭉쳐 선전을 펼치고 있다.
박민우는 “저는 진짜 한 것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선수들이 열심히 해준다. 제가 오히려 고맙다. 저 뿐 아니라 (권)희동이 형, (박)건우 형, (손)아섭이 형들이 저를 대신해 좋은 분위기도 잘 만들어 주신다”며 “‘꼰대’ 같은 주장을 만나 후배 선수들이 많이 피곤할 수 있을텐데, 그런 티를 안 내고 잘 따라와준다. 후배들이 알아서 잘해 고맙다. 지금처럼 좋은 분위기로 올 시즌 끝까지 같이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고 팀 선, 후배들을 향한 진심을 전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배려와 따뜻한 협조를 해준 울산시에 대한 감사함도 표했다. 그는 “사실 아직도 원정경기 같은 일정이지만, 어쨌든 홈 유니폼을 있고 홈 더그아웃에서 홈 팬들과 같이 경기를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여기가 우리 홈이라 생각하며 경기하고 있다”면서 “울산시에게 너무 고맙다. 우리 때문에 라커룸, 웨이트장 다 보수 공사를 했다 들었다.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줬다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를 도와줘 너무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끝으로 박민우는 연고지인 창원시가 NC 선수단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창원시는 사고 이후 시종일관 무책임한 태도 및 늑장 대처로 많은 빈축을 사고 있다.
그는 “우리는 창원NC파크 같은 멋있는 야구장을 홈 구장으로 쓰고 있는 팀이다. 당연히 우리 선수들은 창원NC파크로 가고 싶어 한다”며 “지금까지 NC가 창단한 이래 우리는 창원시를 항상 가족이라 생각했다. 창원시에서도 충분히 우리 선수들이 창원시를 가족이라 생각하는 마음을 아실 거라 생각한다. 다시 창원NC파크에서 우리 홈 경기가 열리는 순간을 선수단 모두 많이 기다리고 있다. 창원시에서 좀 더 우리 선수들의 그런 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꼭 이 내용을 기사에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울산=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