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이길 수 있다면 어떤 보직이든 상관없다.”

문동주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화 이글스의 승리 뿐이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2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박진만 감독의 삼성 라이온즈를 5-4로 격파했다. 정규리그 2위(83승 4무 57패)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뒤 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만든 한화는 이로써 한국시리즈 진출의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역대 플레이오프 1승 1패 상황에서 3차전 승리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53.3%(8/15)다.

‘불펜’ 문동주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위력적인 공으로 삼성 타선을 압도하며 한화 승리에 앞장섰다.

한화가 5-4로 근소히 앞선 6회말 무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문동주는 이재현(삼진), 김태훈(삼진), 강민호(2루수 땅볼)를 잠재우며 이닝을 마감했다. 7회말에는 박병호의 우전 안타와 김지찬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에 몰렸지만, 김성윤을 2루수 땅볼로 유도, 급한 불을 껐다. 이후 구자욱의 볼넷과 폭투로 2사 2, 3루와 마주했으나, 르윈 디아즈를 중견수 플라이로 이끌었다.

8회말에도 빛났다. 김영웅의 중전 안타와 이재현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에 봉착했지만, 김태훈, 강민호를 연속 삼진으로 솎아냈다. 이후 9회말에는 이성규(삼진), 김지찬(삼진), 김성윤(2루수 땅볼)을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챙기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무리했다.

최종 성적은 4이닝 2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총 투구 수는 58구였다. 구원승이 따라왔으며, 데일리 MVP 또한 그의 몫이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멀리 더그아웃에서 바라봤지만 정말 문동주가 너무 잘 던졌다. 흐뭇했다”며 “던지는 것을 보면서 문동주로 끝내야겠다 싶었다. (문)동주도 괜찮다 했다. 삼성 타선의 감이 워낙 좋아 동주로 끝내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1이닝 던진 다음 물어봤는데 양상문 코치가 오늘 삼성 분위기도 그렇고 동주로 끝내는 것이 좋겠다 했다. 동주에게도 물어봤는데 동주가 자신이 끝내겠다 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문동주는 “3차전이 정말 중요했다. 홀수가 들어간 경기가 중요한 것 같다”며 “1, 3, 5차전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그런 중요한 경기에서 제 몫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사실 야구하면서 주자 있는 상황에서 올라간 경기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없었던 것 같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 올라가니 처음에 좀 더 긴장이 됐다. 생각보다 몸을 일찍 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긴 이닝을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경기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다. 이닝이 지날 수록 무난하게 넘어가는 것 같았다. 힘들지 않게 넘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페이스 유지한다면 끝까지 던질 수 있겠다 싶었다. 던지고 내려와서도 벤치에서 파이팅을 불어넣으려 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문동주는 앞선 1차전에서도 161.6km의 강속구를 앞세워 2이닝 무실점을 기록, 팀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이날에는 구속이 그 정도 나오지는 않았지만, 효과적으로 삼성 타선을 막아냈다.

그는 “오늘도 (1차전과) 마찬가지로 절대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마운드에서 결과가 어떻게 됐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였다”며 “사실 1차전 때는 어깨가 정말 가벼웠는데, 오늘은 무거운 느낌이었다. 스피드 신경쓰면 경기가 쉽지 않겠다 싶었다. 몸이 무거운 게 느껴져 스피드에 집중하기 보다는 제구, 변화구 등 다른 부분에 집중하려 했다. 이것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백미는 7회말 2사 2, 3루에서 디아즈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장면이었다. 디아즈는 올해 144경기에서 타율 0.314(551타수 173안타) 50홈런 158타점 장타율 0.644 출루율 0.381 OPS(출루율+장타율) 1.025를 적어내며 ‘타격 3관왕’에 오른 강타자다.

문동주는 “대구에서 경기했을 때 디아즈에게 패스트볼 구사하다 홈런 맞은 적이 있었다. 왜 홈런을 맞았는지 고민하고 연구했다. 그런 부분을 마운드에서 생각했고, 패스트볼 던질 때 더 신경썼다. 홈런 맞은 기억이 있기에 더 집중해서 던졌다”고 설명했다.

만약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갈 경우에는 다시 한 번 불펜 투입도 마다하지 않을 거라고. 그는 “5차전까지 안 가야한다. 가게 된다면 최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마지막이니 당연하다. 포스트시즌 진다면 야구를 더 할 수 없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팀 이기게 된다면 불펜이든, 선발이든 어떤 보직이든 상관없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대구=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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