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게임만 하면 된다.”
현재 NBA, 아니 세계 최고의 빅맨은 단 한 명, 니콜라 요키치다. 그는 빅맨의 정의를 새롭게 하는 엄청난 수준의 선수이며 이제는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니다. 한때 마이클 조던의 후계자로 평가받은 페니 하더웨이는 요키치가 역대 최고의 빅맨으로 불리는 것을 부정했다.
하더웨이는 최근 ‘훕 지니어스 팟캐스트’에서 “나는 요키치가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분명히 지금 시대에선 최고다. (스테판)커리가 있고 (케빈)듀란트가 있으며 이외에도 여러 선수가 있지만 요키치는 여러 부문에서 결과를 내는 선수다”라며 “요키치는 동료들을 더 좋은 선수로 만들 수 있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 난 단 한 번도 요키치가 대충 뛰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요키치를 역대 최고의 선수로 보지 않는 건 우리가 뛰었던 시대 때문이다. (데이비드)로빈슨, (샤킬)오닐과 같은 빅맨이 존재한 시대였다. 그들은 기동력이 있었고 그렇기에 요키치를 수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요즘 선수들은 요키치를 막지 못한다. 그는 과거의 (마이클)조던과 비슷하다. 기록만 보면 매 시즌 MVP에 선정될 수 있으나 NBA가 다른 선수에게 나눠주고 있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하더웨이는 “현시대 선수 중 요키치와 함께 뛰어보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워낙 화려한 ‘빅맨 시대’ 중심에 있었기에 역대 최고라는 평가는 어려웠다.
시대가 바뀌면서 빅맨의 정의도 달라졌다. 루디 고베어와 같은 클래식한 빅맨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드리블과 슈팅을 갖춘 빅맨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요키치는 독보적이다. 르브론 ‘킹’ 제임스마저 “이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내가 상대한 선수 중 요키치만큼 지배적이고 완성도 높은 선수는 없었다. 공격에서 못 하는 게 단 하나도 없다. 더블팀을 가면 대가를 치러야 하고 일대일이어도 역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극찬했다.
다만 하더웨이는 1990년대를 지배한 빅맨들, 즉 빅맨 전성기에 활약한 전설적인 선수들은 요키치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포스트 플레이 중심의 시대, 지금처럼 ‘연약한’ 빅맨들은 활약할 수 없는 환경에서 생존한 그들이 요키치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흥미로운 주장이다.
실제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NBA를 지배한 오닐이 종종 요키치와 비교되고 있다. 만약 전성기 오닐과 지금의 요키치가 만난다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에 대한 ‘흥미로운 상상’ 말이다. 그리고 오닐은 자신의 답을 전했다.
오닐은 ‘더 빅 팟캐스트’에서 “나는 지금 시대의 농구를 정말 해보고 싶다. 나는 요키치가 3점슛을 던질 때마다 그를 지나쳐서 골밑 중앙에 포스트업을 할 것이다. 내 게임을 하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픽앤롤을 계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대가 더블팀을 하면 우리 선수에게 패스를 줄 수 있다. 내 플레이를 바꿀 생각은 없다”고 더했다.
오닐의 전성기 시절, 그를 골밑에서 일대일로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더블팀이 오더라도 큰 문제는 없었다. 그들을 모두 압도할 수 있는 파워가 있었고 시야와 패스도 뛰어났다. 요키치조차 그를 일대일로 막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반대로 보면 오닐이 요키치를 막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요키치는 클래식한 빅맨이 아니다. 그의 포스트 플레이는 분명 위력적이지만 외곽에서도 대단한 존재감을 보인다. 오닐의 수비 범위는 대단히 넓어질 수밖에 없고 그 틈을 공략하는 건 요키치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오닐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그는 “내가 지금 시대에 와서 농구를 해도 3점슛을 던지는 경우는 10점이나 15점 정도 앞설 때다. 요키치가 아무리 위대한 선수라고 해도 3점슛을 놓치면 문제가 된다. 매 순간 전력 질주, 수비 복귀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게 집중하기 어렵다. 그리고 나는 더블팀을 끌어낸 뒤 (카멜로)앤서니나 (트레이시)맥그레이디에게 패스를 줄 것이다. 나는 여전히 ‘나’일 것이다”라며 “사람들은 내가 몸만 큰 뻣뻣한 선수로 기억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스타일과 카리스마를 갖고 직접 볼을 몰고 코트를 넘어온 최초의 빅맨이었다. 사실 최초는 (하킴)올라주원이고 나는 두 번째다”라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오닐과 요키치의 맞대결은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상상만으로도 흥미롭다. 서로의 주장, 근거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그렇다고 해도 맞대결이 열릴 수 없으니 정확한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여러모로 재밌는 일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