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벗어 존경을 표한다.”
앤서니 조슈아는 지난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제이크 폴과의 저지먼트 데이 ‘제이크 폴 vs 앤서니 조슈아’ 메인 이벤트 헤비급 매치에서 6라운드 KO 승리했다.
조슈아는 대단했다. 그 역시 세계 최강이라는 타이틀에서 조금 벗어난 시기의 복서였으나 여전히 최고의 펀치를 자랑했다. 폴의 끈질긴 레슬링(?), 그리고 ‘럭키 펀치’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천천히 압박했고 최고의 순간 강력한 펀치를 성공시켰다.
물론 만족은 없었다. 조슈아는 프랜시스 은가누를 2라운드 만에 ‘떡실신’시킨 강력한 펀치를 가진 남자다. 그런 그를 상대로 폴은 6라운드까지 버텼다. 1년 3개월 만에 복귀전은 분명 만족스럽지 않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폴의 턱뼈가 두 군데나 골절됐지만 말이다.
조슈아는 경기 후 “나는 더 잘했어야 했다. 이긴 건 맞지만 성공은 아니다. 내 코치는 더 많은 걸 기대했고 나 역시 스스로 더 많은 걸 기대했다. 하지만 어쩌겠나.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이 경기는 과거일 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조슈아에게 있어 폴과의 경기는 큰 부담이었다. 모두가 승리를 기대했지만 ‘그냥 승리’가 아니었다. 그동안 여러 이슈를 만든 ‘유튜버 복서’를 박살 내는 그림을 기대했다. 심지어 조슈아가 질 거라고 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조슈아는 “정말 많은 게 걸린 경기였다. 압박이 컸고 기대도 컸다. 반드시 보여줘야 했다. 나를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고 존중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압박이 엄청났다. 복싱 전체를 등에 지고 링에 오른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폴을 진지하게 대했다. 중요한 건 그가 나를 얼마나 진지하게 대했는지다. 난 복싱을 존중한다. 링에 오르기 전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대가를 치를 수 있는 곳이 바로 링이다. 폴에게도 공을 돌린다”고 덧붙였다.
만약 조슈아가 패하거나 판정까지 이어졌다면 지금과 같은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폴 역시 팬들의 반응을 이끌기 위해 존중 없는 모습을 보였을 수 있다.
조슈아 역시 “만약 폴이 나를 이겼다면 공개적으로 두들겼을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아닌 폴이 있었다면 나를 완전히 찢어놨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 오히려 존중을 보낸다”고 전했다.
폴에 대한 찬사도 있었다. 조슈아는 “투지가 있었다. 마음가짐도 확실히 있었다. 나는 그 점에서 모자를 벗어 존경을 표한다. 첫째, 많은 파이터가 나와 링에 오르지 않으려고 했는데 폴은 올라왔다. 둘째, 그는 쓰러진 뒤에도 계속 일어나려고 했다. 그 점은 정말 인정해야 한다”며 “만약 폴이 이 스포츠에 열정을 이어갈 수 있다면 다시 돌아와 재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 어쩌면 2026년에 다시 이 경기장을 매진시킬 수도 있다. (저본타)데이비스가 될 수도 있고 (라이언)가르시아가 될 수도 있다. 누가 알겠나”라고 바라봤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