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일하는 두 명의 쇼걸이 있다. 한 명은 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금발의 여자이고, 한 명은 제법 똑똑하고 돈 보다는 생김새에 더 관심이 많은 검은 머리의 여자다. 앞의 여자는 로렐라이(마를린 먼로)이고 뒤의 여자는 도로시(제인 러셀)다.
프랑스 대륙에 유럽이라는 국가가 있는 줄 아는 텅 빈 머리에 “돈 많은 남자는 예쁜 여자와 같은 거 아닌가요?”라고 시아버지될 사람에게 따지는 로렐라이의 당돌함이 밉지 않다.
마를린 먼로를 ‘세계의 연인’으로 자리매김해준 기념비적 영화다. 하워드 혹스 감독은 1952년 <나이아가라>로 뜨기 시작한 마를린 먼로에게 1953년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를 통해 ‘섹시 심볼’ 캐릭터를 입힌다.
몽환적인 눈빛에 반쯤 벌어진 새빨간 입술, 굵은 웨이브의 금발 머리카락. 정신 나간 사내들은 로렐라이의 모습에 넋을 잃는다. 마를린 먼로의 이런 컨셉은 그녀를 마지막까지 묶어 놓는다.
반면 당시 할리우드의 섹시 코드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도로시 역의 제인 러셀은 혜성같이 등장한 마를린 먼로의 광채에 빛을 잃고 만다.
마를린 먼로의 사랑스런 매력이 넘쳐나는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로렐라이와 도로시는 남자와 연애를 지속하기는 힘든 일이라며 푸념을 늘어 놓는다. 곧 둘은 화려한 안무와 노래를 하고 주변에 남자들이 모여든다. 노래가 끝나가면서 주변은 다시 조용해지고, 둘은 쓸쓸히 택시에 오른다. 시종 유쾌 발랄한 뮤지컬 영화지만 혹스 감독은 세속적인 여인의 이면을 이 장면을 통해 보여준다. 여운이 많이 남는 장면이다.
우여곡절 끝에 로렐라이와 도로시가 합동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전성기의 마를린 먼로를 만나려면 이 영화를 봐야 한다. 왜 세계의 남성들이 그녀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된다. 마를린 먼로 처럼 거부감 없는 육감적인 배우는 영원히 없을 것이다. 마를린 먼로는 이 영화 출연 이듬해인 1954년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 조 디마지오와 결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