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되고 싶지 않다”…서강준, 제대 후 첫 대상서 드러난 진짜 속내

최초입력 2025.12.31 06:50:20

대상의 순간이었지만, 서강준의 표정은 마냥 들뜨지 않았다. 군 복무 후 첫 작품으로 MBC 연기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지만, 그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은 기쁨이 아닌 ‘불안’이었다. “대체되고 싶지 않다”는 짧은 한마디는, 화려한 수상 뒤에 숨겨진 배우 서강준의 진짜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서강준은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2025 MBC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로 대상을 수상했다. 군 전역 후 처음 선택한 작품으로 거머쥔 생애 첫 연기대상이었다.

수상 소감 무대에 오른 서강준은 “기쁜 것보다 당황스럽고 놀랍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작진과 소속사, 가족을 차례로 언급한 그는 분위기를 환기하듯 웃음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촬영하면서 종종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에 저보다 더 노력하고 훌륭한 분들이 많다 보니, 왜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고 고백했다. 대상 수상이라는 결과와 달리, 과정 속에서 느낀 고민과 불안이 오히려 더 컸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제가 몇 살까지 이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끝낼 때까지 대체되고 싶지 않다”는 말은 현장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배우로서의 지속성과 책임을 먼저 떠올린 순간이었다.

이번 수상은 서강준에게 여러 의미를 남겼다. 군 복무로 인한 공백, 복귀작에 대한 부담, 그리고 최근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쉽지 않았던 MBC 드라마 환경 속에서 얻은 결과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올해 MBC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10%의 벽은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강준은 작품성과 연기력으로 평가받으며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화려한 수상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느낀 고민을 솔직하게 드러낸 그의 한마디가 더 오래 남은 이유다.

대상 트로피를 들고도 “운이 좋았을 뿐”이라 말한 서강준. 그가 밝힌 ‘대체되고 싶지 않다’는 다짐은, 정상에 오른 배우의 겸손함이 아니라 끝까지 버티고 싶은 한 연기자의 각오에 가까워 보였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