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와는 또 다른 깊이”…‘아버지의 집밥’ 이준익 감독, 첫 세로형 시네마 도전(종합)[MK★현장]

거장 이준익 감독이 ‘세로형 프레임’이라는 파격적인 숏폼 도전으로 돌아왔다.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세로형 시네마 ‘아버지의 집밥’(감독 이준익)의 언론 시사회가 열린 가운데 이준익 감독과 배우 정진영, 이정은이 참석했다.

‘아버지의 집밥’은 40년간 삼시세끼 집밥만 찾던 아버지 ‘하응’이 ‘요리백지증’에 걸린 아내 ‘순애’를 대신해 생애 처음 부엌에 들어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고리타 작가의 동명 레진코믹스 웹툰이 원작인 ‘아버지의 집밥’은 평생 받아온 한 끼를 직접 차리게 된 아버지의 좌충우돌 요리 도전을 통해 익숙했던 가족의 일상과 관계를 유쾌하게 뒤집어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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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화 ‘자산어보’ ‘동주’ ‘왕의 남자’ 등을 통해 깊이 있는 연출력을 선보여온 이준익 감독이 첫 숏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다. 이준익 감독은 “가로형으로만 14편 찍고 세로형 처음 찍었는데 워낙 원작이 가지고 있는 따뜻하고 재밌는 힘을 역시 영화에서 충분히 받았다. 그 원작을 작가가 너무 시나리오를 잘 써줬다. 두 배우 연기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가로, 세로가 중요한가를 느끼게 됐다. 찍으면서는 가로, 세로의 차이는 많이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숏폼 연출 도전 배경에 대해 “도전까지는 아니지만, 한국 영화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그런 창작자들이 숏폼으로라도 필 수 있게끔 뒤에서 많이 응원을 했다. 적은 제작비로 숏폼을 찍게 했는데, 주변에서 당신은 왜 안하냐는 농담 삼아 부추김을 당해서 떠밀리다시피 하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잘했다 싶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준익 감독은 익숙한 영화적 문법에서 벗어나 세로형 프레임이라는 새로운 형식 안에서 인물의 표정과 움직임, 일상의 순간들을 더욱 가까이 포착했다. 배우들의 표정과 호흡을 밀도 있게 담아내며 연기의 디테일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세로형 앵글을 통해 한마디의 대사보다 먼저 드러나는 눈빛과 반응, 식탁을 사이에 둔 순간적인 표정 변화까지 세밀하게 포착해 베테랑 배우들의 생활 연기를 한층 생생하게 전달했다.

그는 “찍으면서는 가로, 세로의 차이는 많이 느꼈다. 그림을 봐도 보통 가로로 된 풍경화이지 않나. 우리가 세로 그림을 보면 인물화나 초상화이다. 찍으면서 초상화 같은 인물의 내면을 엿보는 듯한, 어떤 내밀하고 너무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가로보다 세로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집밥’에는 정진영, 이정은, 변요한을 비롯해 박지연, 강형석, 박정윤, 박세준, 박지윤 등이 출연해 현실적이고 생생한 가족의 모습을 완성했다. 정진영은 40년간 집안의 절대 권력자이자 밥상 위의 폭군으로 살아왔지만 난생처음 요리에 도전하는 아버지 ‘하응’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이정은은 오랜 시간 가족의 삼시세끼를 책임지다 갑작스럽게 남편에게 부엌을 내주는 아내 ‘순애’ 역을 맡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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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은 “감독님과 여러 번 호흡을 했는데 ‘이번에 네 역이 있다’면서 연락을 주셨다. 대본을 읽어보니 요즘 이런 이야기를 만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밀조밀한 저희 집에서 행복하게 한 달 동안 작업을 했다. 이미 감독님은 옛날에 알던 이준익 감독이 아니다. 이제 다른 레벨의 감독님이 되신지 오래 됐다. 작업하면서 내내 즐거웠다”고 전했다.

이정은은 “제가 부모님을 모시고 사니까 감독님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같이 모시고 살면서 부모님을 관찰하다 보면 두분이 인연을 맺어서 잘 살다가 어머니의 반란이 시작되는 시점이 있다. 그런 걸 보면 부부 생활의 아버지들이 과거에 주도권을 가지고 계셨다면 세상이 바뀌고 섭섭한 마음을 나이 드셔서 표현하시더라. 저도 그런 부분에 힌트를 많이 얻어서 연기를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아버지의 집밥’의 중심에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집밥’이 있다. 매일 반복되는 한 끼 식사와 부엌, 가족이 둘러앉는 식탁이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출발해 세대와 성별을 넘어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 같은 ‘아버지의 집밥’만의 가족 소재는 극장 상영을 이끄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를 찍고 나서 보니까 극장에서 새로로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극장에 나오는 대체적 소재가 이런 종류의 가족 영화라든가 드라마에 충실한 게 적은 것 같다. 극장을 보는 자기 나이에 맞는 영화를 보는 게 줄지 않았나. 새로가 됐든, 가로가 됐든, 극장에서 보는 바람이 있어서 투자사에게 제안을 했다. 모두가 노력을 해서 오늘 이 자리까지 와서 보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됐다”고 극장 상영을 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이어 “숏폼 어워즈라는 시상식이 있었는데 그 앞전에 ‘아버지의 집밥’을 시사실에서 일반 상영을 했다. 끝날 때 제가 들어갔는데 저보다 연세 많으신 분들도 계셔서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런 극장 안에 그런 연배 분들이 본 적이 없다. 어떻게 아셨는지 ‘아버지의 집밥’ 소재에 딱 맞는 연령대가 가득 차계신 걸 보고 자기 나이에 맞는 영화를 함께 본다는 게 매력인 것 같다. 그 연세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을 가까이서 엿보는 그런 걸로 관객들이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영은 “이 영화가 롯데시네마에서만 한다. 큰 흥행 수입을 기대하는 영화도 태생적으로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관객들을 만나 뵈었을 때 ‘재밌다’ ‘함께 느낄 수 있었다’라는 그런 영화로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행복한 관람 시간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은도 “새로운 형식의 영화가 나온 것 같다. 보통 숏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굉장히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라서 더 많은 연령층에서 보실 거라고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집중도가 높아져서 화면이 작게 보이는 것도 크게 보일 거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집밥’은 오는 9월 9월 개봉된다.

[잠실(서울)=손진아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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