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영화로까지 이어졌다. 어머니가 전해준 이야기에서 파생된 영화 ‘실낙원’이 토론토에서 큰 호평을 받은 후 국내로 상륙한다.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실낙원’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연상호 감독과 배우 김현주, 배현성이 참석했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분)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다.
소설 ‘블랙 인페르노’를 원작으로 하는 ‘실낙원’은 종됐던 아들이 9년 만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AI로 복원한 가상의 아들과 낯선 모습으로 돌아온 진짜 아들 사이에서 지독한 혼란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다룬다. 배우 김현주와 배현성이 주연을 맡았으며, 영화 ‘부산행’ ‘지옥’ ‘얼굴’의연상호 감독 특유의 압도적인 몰입감과 밀도 높은 심리전을 선사할 예정이다.
원작 소설 ‘블랙 인페르노’는 연상호, 류용재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오성은 작가가 집필된 것이다. ‘블랙 인페르노’가 ‘실락원’이 되기까지, 그 이면에는 어머니가 있었다고 언급한 연상호 감독은 “전에 애들을 데리고 명절에 고향에 갔더니 저를 늘 걱정하시면서 나 대신 (시나리오를) 써보았다며, 연습장에 쓰신 것을 주셨다. 3페이지 정도 됐다”며 “3페이지에 달하는 연습장을 어머니께 샀고, 이를 원안으로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한 끝에 3가지 버전으로 이야기를 썼다. 여기서 ‘실락원’은 마지막 버전”이라고 고백했다.
‘돼지의 왕’, ‘사이비’ 등의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인간과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다뤄온 연 감독은 ‘부산행’ 넷플릭스 ‘지옥’, ‘기생수: 더 그레이’, ‘가스인간’ 등으로 장르적 외연을 넓혀왔다. 지난해 공개된 ‘얼굴’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중심에 놓은 연 감독은 ‘실낙원’에서 엄마와 아들의 관계를 전면에 내세우며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연상호 감독은 끊임 없이 다작을 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상업영화를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있고, 저예산 영화를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있다. 상업영화를 하면서 저예산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상업영화를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외국 시리즈 작업을 하면서 해소하고, 거기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저예산 영화 작업으로 해소했다”며 “저는 일로서 계속 돌려야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일을 일로 푼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지난해 ‘얼굴’에 이어 올해 ‘실낙원’까지 2년 연속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면서 ‘연니버스’를 이어가고 있는 ‘실낙원’은 지난 9월 13일(일, 현지시각)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에 최초 공개됐다. 지난해 ‘얼굴’에 이어 2년 연속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된 연상호 감독은 올해 ‘실낙원’으로 다시 한번 토론토 관객들과 만났다. 10월 9일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공식 초청되면서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이번 토론토 영화제 방문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얼굴’ 때 토론토를 갔을 때 깜짝 놀랐다. ‘박정민이 이 정도라고?’라고 했었다. 이번에 더 많았다. 더 많아서 진짜 깜작 놀랐다”고 했으며 김현주 또한 “긴장을 많이 했는데 많이 반겨주시고 아는 척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전했다. 배현성은 “‘토론토 영화제’가 처음이었다. 긴장하고 설레면서 갔는데, 관객들과 처음으로 영화를 봤는데,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 반응도 살펴봤다. 반응에 힘입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류소영은 ‘낙원의 아이들’이라는 AI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시절의 아들과 만나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가 9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기적 같은 생존 소식에 세상은 들썩이지만 흉터로 가득한 몸과 서늘한 눈빛, 무엇보다 자신이 기억하는 순수했던 아들의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낯선 모습에 소영은 불안감을 느낀다.
김현주와 배현성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단순하게 엄마와 아들, 일반적인 모성이 아닌 둘 간의 여러 가지 긴장감이 있어야 했다. 김현주와 작업도 많이 해봤고 어떻게 하시는지 아시기에, 자연스럽게 카톡으로 대본을 보내드렸다. 그랬더니 자기 운동 가야 한다고 갔다와서 읽는다고 하시더니, 진짜로 2~3시간 뒤에 ‘해볼만 하겠다’고 연락을 주셔서 하게 됐다”며 “배현성의 경우 ‘지옥2때 특별출연을 했었다. 너무 짧게 출연했어서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무엇보다 저희 딸이 ’조립식 가족‘의 팬이다. 대본을 드렸는데 흔쾌히 허락해주셨다”고 털어놓았다.
해당 작품에 대해 현상호 감독은 “30년 동안 쌓아온 김현주표 연기의 진가를 드러냈다와 배현성의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것만은 확실한 영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김현주는 2023년 개봉된 영화 ‘정이’ 이후 ‘실낙원’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속으로는 긴장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문을 연 김현주는 “직접 토론토에서도 관객들을 직접 만났었는데, 아주 작은 행동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더라”며 “스크린에서 공백기가 있었는데 연상호 감독님과 같이 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 설레는 마음이 크다”고 고백했다.
연상호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영화 안에 인물로서 연기하면서, 무척이나 깊은 곳에서부터 감정을 끌어올려야 하는지를 경험했다”며 “감독님께 감사드리는 것은 제가 여러 가지를 펼쳐 보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배우로서, 선택을 받아야 할 수 있는 것인데, 하고 싶은 여러 것들을 어떻게 아시고 캐스팅 연락을 주셨다. 배우로서 해보고 깊은 감정선을 풀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경력에 비해서 연기 기술력은 약한 편이다. 감정에만 매달리는 편이어서 한 번 읽을 때 각을 잡고 읽어야 한다. 처음 감정이 다인데, 아마 마음을 다 잡고 읽었고, 연기의 결이 제가 그나마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생각했다. 하겠다고 했는데 촬영 들어가니 쉽지만은 않았다”며 “연상호 감독님이 요구사항이 많지 않으시고, 믿어주시는 신뢰의 눈빛이 강하기에 그거에 보답하고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이 있는 거 같다”고 촬영 후기에 대해 언급했다.
연상호 감독은 김현주의 연기에 대해 “어려운 상황들을 요청 많이 드렸다. 시간도 없는데 기가 막히게 표현해줬다. 연기하는 것 보면 초사이이언의 느낌이 있다. F1 운전사 같다. 한번 밟으면 200km의 속도로 몰입하신다”고 했으며, 배현성은 “눈을 마주보면 선우로서 감정이 올라오고 제가 뭘 하지 않아도 선배님이 주신 에너지를 받아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고백했다.
김현주는 배현성의 연기에 대해 촬영이 시작될 때마다 눈이 달라졌다고 말하면서 “평소에는 순둥순둥한 눈빛인데, 제가 저번에 눈 마주치고 눈물이 난 적이 있었다. 지금도 눈을 잘 못 보겠다 싶은 것이, 배현성 눈에서 별안간 선우의 눈빛이 나타난다. 그럴 때 제가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상호 또한 배현성의 눈에 대해 “눈에 광기가 있다. 까만 눈동자가 굉장히 크다. 짐승 같은 본능적인 느낌이 든다”고 호평했다.
‘실락원’은 배현성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기도 하다. 첫 주연작이라는 부담에 대해 “늘 촬영할 때마다 부담은 있는데, 이번에는 특히 더 심했던 것 같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고, 영화도 첫 주연작이니 거기서 오는 부담이 있었다”고 하면서도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현장에서 감독님과 선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조언도 들으면서 편한 마음으로 임하려 했다. 긴장감을 떨쳐내고 선우로서의 모습을 잘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고백했다.
김현주는 “평상시는 귀엽고 순둥순둥한데, 선우가 되면 순간적으로 눈빛이 달라진다. 눈이 깊기에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한편 영화 ‘실락원’은 오는 10월 21일 개봉된다.
[용산(서울)=금빛나 MK스포츠 기자]
